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위기 부르는 '밴드왜건 공화국'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1 17:23

수정 2017.05.01 17:23

[기자수첩] 위기 부르는 '밴드왜건 공화국'

"남들 다 하잖아요."

사범대를 나와 중.고등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넌 왜 대학에 가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했던 대답 중 하나가 "남들 다 하니깐"이었다.

어른들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다. 창업을 해도 '남들 다 하는' 걸 한다.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카페가, 최근엔 동전노래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긴 이유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서 유래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는 '밴드왜건 공화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이런 모습은 정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치권에선 밴드왜건 현상을 '바람'으로 표현한다. 올해에도 참 많은 바람이 불었고, 지나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에 출마할 뜻을 비치자 많은 유권자들이 몰려들며 반풍(潘風)을 만들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바람이 움직였다.

황 대행마저 불출마 의사를 밝힌 후, 바람의 다음 종착지는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안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하며 바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옮겨갔다. 안철수 후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바람은 어느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홍 후보는 이를 영남권에서 불어오는 '동남풍'이라 불렀다.

그 와중에 다른 한편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로의 밴드왜건 현상이 '대세론'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숨어 있는 인재를 국민들이 찾아내 지지를 보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앞서 거론된 '바람'의 대부분은 순식간에 불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묻지마 지지'의 성격이 강했다. 남들이 지지한다니깐 우르르 몰려간 것이다.


앞으로 5년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택하는 이유도 '남들 다 (지지)하니깐'으로 돌린다? 이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우리는 지난겨울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번에는 꼼꼼히 따져보고 내 소신대로 투표한다면 5년 뒤에 후회도 조금 적어지지 않을까.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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