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미 FTA 그리고 '사드 데자뷔'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1 17:23

수정 2017.05.01 17:23

[기자수첩] 한·미 FTA 그리고 '사드 데자뷔'

지난 4월 20~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지에서 기자단과 만났다. 각자 한 시간여 안팎으로 간담회를 했고,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련된 질문과 답변도 여러 차례 오갔다.

핵심만 짚자면 당시 두 경제수장의 공통된 인식은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 임박하지 않았다'였다.

불과 1주일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또는 종료'라는 폭탄발언이 터졌다. 신중하지만 낙관적으로 바라봤던 '임박하지 않았다'는 발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굳이 '안일한 인식'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전략일 공산이 크다.

다만 준비가 돼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한.미 FTA 재검토나 재협상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대응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미 FTA 재협상만 이뤄져도 피해액만 최대 170억달러(19조4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탄핵사태 이후 사실상 '식물상태'가 된 우리 정부를 미국이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트럼프가 뱉었던 발언들이 현실화될 걸 진지하게 가정하고 전략을 마련했는지는 되돌아볼 일이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정부가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지 않았던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만난 A교수는 "협상 수단으로 내뱉고 있는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정부가 공식 입장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문득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사태가 눈앞에 덧씌워졌다. 당시 유 부총리는 중국의 사드보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후 반 년이 넘어서야 정부는 6월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를 공식 제기하기도 했다. 그사이 우리 기업과 산업에 막대한 유무형 피해가 발생한 건 물론이다.


지금도 당시처럼 정부는 미국의 FTA 재협상 의지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을까. 여전히 모를 일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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