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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인구대통령 어디 없소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2 17:11

수정 2017.05.02 17:25

[fn논단] 인구대통령 어디 없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전망되는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1.17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 한 해 100만명에서 작년에는 40만명 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세계에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최근 성적표는 최악이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1년 전보다 12.3% 줄었다. 지난해 12월(-14.8%), 올해 1월(-11.1%)에 이어 3개월째 두자릿수다. 농어촌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잦아든 지 오래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37%인 85곳이 앞으로 30년 이내에 존립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일본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인구절벽이다. 우리는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을 닮아간다지만 속도는 더 빠르다.

아이 울음소리가 안 들리니 인구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다. 2050년대 후반엔 국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고, 2065년이면 OECD 국가 중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영국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이 "2300년이 넘으면 단일민족으로서 한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 게 10년 전이다. "지금 추세라면 2750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진다"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초저출산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임시 처방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정부 대책은 백화점식 단기 처방에 치중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해소에 81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뒷걸음한 이유다. 대선주자들도 심각성을 모르는지 재탕 삼탕 공약만 내놓을 뿐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인구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원천이다. 출산율 제고는 정부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영역이 동참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출산 적령기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 보육환경, 교육, 주거대책 등이 조합을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일주일 뒤면 새정부가 들어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임기 중 이 문제만큼은 가시적인 성과를 냈으면 한다. 초저출산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국가 지도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웃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인구 1억명을 지키자는 뜻에서 장관급인 '1억총활약상'직을 신설해 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출산율을 최소 2.0명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여러 부처로 흩어진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그 수장은 장관급이든 부총리급이든 추진력 있는 인사를 임명해 전권을 줘야 한다. 지금처럼 상설 사무국도 없이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위원회로는 어림없다.
그래야만 이미 시작된 초저출산의 재앙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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