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현실화되는 AI와 일자리 경쟁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3 17:12

수정 2017.05.03 17:12

[차장칼럼] 현실화되는 AI와 일자리 경쟁

기사를 로봇이 쓰는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취재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넋두리처럼 할 때가 있었다. 취재한 내용을 엮어 글로 옮기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창작'이고,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성적표'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정보가 담긴 글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남들보다 빠른 시간에 담아내는 건 할수록 어려운 일이다.

로봇은 어떨까. 인공지능은 지난 수백년의 시간 동안 쌓여온 좋은 문장들을 흡수해 스스로 발전할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문체와 성격도 갖게 될지도 모른다.
특정 주제에 대해 가장 적합한 문장들을, 가장 구성지게 엮어낸 글이 몇 초 만에 뚝딱 나온다면? 속도경쟁은 이미 포기했다고 치자.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기던 창의력과 사고(思考)라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얼마 전, 한국씨티은행이 디지털화를 앞세워 리테일 영업을 하던 지점 80%를 폐쇄했다. 폐쇄된 지점에 근무하던 은행원들은 '고객집중(가치)센터'로 출근해 비대면 채널인 채팅과 전화로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한미은행을 거쳐 수십년간 은행원으로 살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콜센터 직원이 됐다고 반발했다. 씨티은행의 디지털화를 두고 외부의 해석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올 것이 왔다'고 했고, 누군가는 한국 철수의 포석이라고 했다. 어느 쪽이건 영리한 전략임은 분명하다. 씨티그룹은 한국 리테일 영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배짱 좋게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해 신규 개인고객 진입을 막고, 남은 지점들을 특화해 고액 자산가와 기업들만 상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화는 좋은 명분이 됐다. 자발적인 인력이탈이 일어나고 비용은 알아서 줄어들 것이다.

도무지 남 일 같지 않다. 인간관계는 고유의 영역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표정과 대화를 통해 교감·공감하는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많은 직업일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창구에서 고객을 만나는 은행원도, 취재원과 동고동락하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랬다.

인공지능(AI) 은행원은 사람을 마주보고 대화하며 마케팅하지 않는다. 다만 실시간 경제상황을 체크해 꼭 필요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실시간 권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오차 없는 취향저격도 가능하다. 운용 수익률 면에서도 AI가 절대적인 우위다.
AI가 사람보다 나은 뉴스를 생산하는 세상이 오면, 기자의 역할은 뭐가 될까. 전화로 팩트(Fact)를 확인해 로봇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하게 될까.

사람에 치이고 마감에 쫓기는 이 순간이 언젠가 그리워지겠구나 문득 생각했다. 재주는 사람이 넘고 공(功)은 로봇이 가져가는 세상이 예상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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