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케네디같은 '뉴 프런티어'는 왜 없나

미래 청사진은 안 보이고 퇴행적 진영 대결만 판쳐
'반쪽 대통령' 출현 걱정

미국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다. 오는 29일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허스트신문 기자 때 그의 일기장이 며칠 전 경매에서 고가에 팔렸다. 지난달 미 하버드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한 기념 심포지엄도 열렸다.

사후 5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그에 대한 미 국민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암살을 당해 짧은 임기 중 이렇다 할 업적도 남기지 못한 그였는데…. 국민들에게 감언이설로 접근한 결과라고? "천만에"다. 외려 그는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으라"며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청했다. 굳이 그의 인기비결을 찾자면 당시 더 이상 개척할 서부가 없던 미국인에게 '뉴 프런티어'(새로운 변경)라는 비전을 제시했던 데서 찾아야 할 듯싶다.

우리 대선으로 화제를 바꿔보자. 선거전이 끝내기 국면이지만 부동표가 줄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시점에서도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광의의 부동층이 30% 안팎이었다. 과거 대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른바 신중도층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진영논리에 자유로운 국민의 눈엔 차선의 카드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폐청산'이니 '반문연대'니 하는 과거지향적 편가르기와 정치공학만 횡행하는 판에 국민인들 선뜻 마음을 정하겠는가. 문제는 이대로라면 반쪽 국민의 지지도 못 받는 대통령이 배출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40%선의 지지로 당선된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바깥세상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이다. 중국 유통시장만 봐도 그렇다. 3차 산업혁명기의 정보화엔 우리보다 한 발 늦은 중국이었다. 그런데도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은 매년 10% 이상 줄어드는데 중국 전체 소비는 10%대의 성장세다. 매장에선 '눈팅'만 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빅데이터에 둔감하다 보니 카르푸도 손들고 이마트도 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고전도 사드보복 이전에 이미 시작되지 않았나.

어디 중국시장만 그런가. 일본에선 편의점업계가 2025년까지 최대 1조원을 투자해 약 5만개의 점포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초연결.초지능 기류가 한국에도 번지면 수많은 청년들이 그 알량한 알바 자리마저 내놔야 한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지레 겁먹을 이유는 없다. 사라지는 직종만큼 새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그런 맥락에서 2일 마지막 중앙선관위 토론에서 후보들의 콘텐츠는 실망스러웠다.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을 읊조리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미칠 고용 여파에 대해 영감 어린 대안을 내놓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4차 산업혁명에 긴요한 핵심 콘셉트가 창의성일 것이다. 그러나 토론장의 후보들이 내건 교육 공약은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대학교육의 자율성이나 다양한 학생선발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종이었다.

혹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박정희 패러다임'도 효능이 다했다고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은 논외로 치자. 박정희식 국가주도형 산업화를 비판하는 후보들조차 공공부문을 키우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니 아이러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변변한 청사진 하나 내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적잖은 국민이 차악의 후보를 고르느라 고민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