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사드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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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논쟁에 쐐기를 박듯 한·미 당국은 대선 전 사드 배치를 마치고 운용에 들어갔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뜬금없이 10억달러 비용부담을 타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런 청구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어쩌면 돈을 받아낼 생각이었다기보다 비용을 청구함으로써 깎아주었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마치 어리석은 소비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사업가의 속셈을 보는 듯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기가 불편하다. 방문판매업자들이 소비자가 망설이고 있을 때 공짜라면서(실은 공짜도 아니지만) 일단 설치를 마치고 비용을 청구하는 수법과도 닮아 있다.

사드가 미·일 등 동맹국 안보에 기여해 우리 방위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비싼 국토방위 수단이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10억달러가 아니라 당장 그 수십 배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에 직면해 있으며,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해서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이 제대로 알고 있든, 오해에서든 현재 입장을 유지한다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예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국 간 대립 문제나 경제관계의 차이점을 간과한 것이다. 우선 중·일 간에는 영토문제라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고, 일본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우리의 5분의 1도 안 되며, 중국 입장에서 쉽사리 다른 나라로 상대를 변경하기도 어려운 품목들이 많은 데 비해 우리는 관광, 한류 등과 같이 비교적 보복하기 쉬운 것들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드는 우리에게 매우 비싼 방위체계이며, 미국에 의해 운용되는 사드를 자주국방에 필요하다며 무조건 합리화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국방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경제적인 합리성이 요구된다. 전 세계 국방비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우리의 20배가 넘게 방위비를 지출하는 미국이 우리에게 추가적인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가 배치되기도 전에 중국의 보복으로 이미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를 당하고서 사드 10억달러 청구에 발끈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없는 일로 치자는 이야기에 방긋 웃는다면 더욱 한심하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장사꾼처럼 어르고 달래는 속셈에 넘어갈 것이 아니라 사드 관련 비용.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 계산서를 보여줘야 한다.

트럼프는 며칠 전 한술 더 떠 김정은을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것도 장성택 처형을 권력의 방어를 위한 것으로 설명하며 영리한 친구(smart cookie)라고 한 것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는 너무도 귀중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국방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만큼 냉철한 판단과 합리적 선택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얼마 뒤 나올 대선 결과를 기다리며 차기 대통령의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