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긴 연휴, 정말 내수에 도움될까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4 17:13

수정 2017.05.04 17:13

[데스크 칼럼] 긴 연휴, 정말 내수에 도움될까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잠시 국내에 귀국했다가 중국으로 출국하는 동생 내외를 배웅하러 나간 인천공항 출국장은 정말 서로 지나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북새통이었다. 최장 11일에 달하는 5월 황금연휴를 해외에서 즐기기 위한 여행객들로 이날 하루 출국 인원만 9만여명, 총 17만여명이 공항에 몰렸다. 인천공항공사는 연휴가 끝나는 9일까지 하루 평균 16만명씩 총 197만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해 오는 9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는 상당수 대기업의 경우 연휴 사이에 낀 '샌드위치 근무일'에 집단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길게는 11일 동안 연이어 쉬는 곳도 많다. 인천공항이 북새통인 이유다.

정부에서는 긴 연휴가 시작되거나 대체공휴일을 지정할 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이번 임시공휴일(혹은 대체휴일) 지정으로 생긴 긴 연휴 동안 총 2조5000억원가량의 부가가치가 발생해 내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식의 말이다. 정부는 지난 수년 전부터 내수진작을 위해 일부 공휴일 앞이나 뒤쪽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왔다. 또 공휴일이 주말 휴일과 겹칠 경우 대체휴일을 정하기도 했다. 내수가 좀체 살아나지 않자 쉬는 날을 늘려 국민이 레저활동이나 여행을 많이 떠나도록 하면 내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서였다.

실제 정부는 근로자의 날(5월 1일)과 석가탄신일(5월 3일), 어린이날(5월 5일)로 이어지는 이번 연휴 때도 징검다리 근무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최장 9일간 공휴일로 쉬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일부에서 "여유 있는 사람들만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임시공휴일 지정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안을 취소했음에도 주요 대기업들이 집단휴가를 사용해 긴 연휴를 만들면서 정부 이번 정책 결정은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객은 2238만명으로 전년 1931만명보다 15.9%가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15~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서비스수지 적자는 올해 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 176억달러 적자보다 무려 70.5%나 늘어난 수치다. 벌써 올 1.4분기에 서비스적자는 88억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휴가 길수록 여행객의 비행거리만 점점 더 길어지고 여행수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즉 연휴 길이와 내수진작 효과가 정비례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연휴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꿔보자. 임시공휴일이나 대체공휴일을 사용해 긴 연휴를 만드는 대신 이를 적절히 배치해 연휴를 좀 짧게 3일 정도로 운용하는 것은 어떨까. 휴일이 길지 않으면 해외여행객이 훨씬 줄어들 테고 이 수요 전체를 국내 관광지로 끌어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국내 레저.관광업계에 조금이라도 물꼬를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또 긴 연휴에도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지 못해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꼭 깊이 고민해볼 일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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