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ETF 운용보수 인하 경쟁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4 17:18

수정 2017.05.04 22:10

[기자수첩] ETF 운용보수 인하 경쟁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경쟁도구는 다소 원색적인 '가격(운용보수) 인하전'으로 펼쳐지는 양상이다. 운용보수 인하경쟁은 미래에셋운용이 지난해 하반기 처음 시작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시장이 커진 만큼 운용보수를 내려 소비자 편익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의 파이를 줄일 수 있다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섰다. 아직까지 어느 의견이 맞는지 결론을 낼 순 없지만 미래에셋운용이 시발점이 돼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최근에는 업계 4위인 한화자산운용까지 ETF 운용보수 인하 행렬에 올라탔다.

미래에셋운용은 실제 운용보수를 내리면서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1, 2위의 운용보수 다툼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한화자산운용의 운용보수 선택이다.

한화자산운용의 ETF 점유율 순위는 업계 4위이긴 하지만 순자산 규모로 보면 1위인 삼성자산운용(11조8265억원), 미래에셋운용(5조5428억원)과 다소 차이가 큰 1조4092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약탈적 독점' 우려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 경제에서 실제로 약탈적 독점이 발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ETF는 운용사별로 국내, 해외 지역별, 지수별로 차별화해 다소 다른 분야를 집중하는 방식의 경쟁을 펼치고 있어 사실상 완전경쟁은 아니다.

보수인하 경쟁으로 인해 당장의 소비자들 편익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품의 질이나 추가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운용보수 인하가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ETF는 기본적으로 액티브 펀드보다 운용보수가 낮아 사실상 규모를 키워야 수익이 남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후발주자들까지 운용보수 인하 경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담당 펀드매니저들이 ETF 상품 개발에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은 자연스럽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보수 인하는 잉여인력이 있다기보단 제살깎기인데, ETF 펀드 매니저들이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에 비해 종목을 고르고 기업을 탐방하진 않아도 PDF를 관리하고 추적오차 모니터링에 상품개발 등을 활발히 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운용보수가 낮아서 동력이 사라지면 상품의 발전에 제동이 걸리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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