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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인공지능과 일자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5 17:17

수정 2017.05.05 17:17

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스티븐 므누신 현 재무장관의 인공지능(AI)에 대한 견해와 관련 주제에 관해 반대 의견을 내놨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보다 우선순위와 강조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므누신은 좁게 접근한다. 그는 이른바 "AI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특정 기술적 문제들은 "매우 먼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수익을 거둔 적도 없고, 명확한 실적계획도 없으면서 시가총액은 10억달러를 웃도는 기업들을 '유니콘'이라고 본다. 서머스는 더 넓게 본다.
그는 포괄적으로 "일자리에 미치는 기술의 충격"을 들여다보고, 구글과 애플 같은 매우 수익성 높은 기술주의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정당하다고 간주한다.

므누신보다는 서머스의 관점이 옳다고 생각한다. 미 재무장관은 질문에 좁게 답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제한적 대답에서도 더 광범위한 결론을 끌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이 고용에 미치는 충격은 의심할 바 없는 주요 이슈지만 하이테크기업 투자를 억제하는 것은 그 사회에 이롭지 못하다.

다른 면으로는 비전문가들에게 신기루 같은 '하늘 위의 성'에 일상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므누신의 말에 공감하기도 한다. 위대한 기술은 사회적 관점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기업이라 해도 지속적인 수익성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재무장관은 이미 기계의 부상과 관련해 걱정거리가 차고 넘칠 것이다.

사실 로봇에 대한 공포를 끌어올리고, "AI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프레임을 짜는 것은 결코 도움이 못된다. 그 대신 정책담당자들이 주목해야 할 훨씬 더 건설적인 분야들이 많다.

특히 가치가 중세시대처럼 희소한 자연자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작업을 통해 또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물건을 통해 창출될 경우 그렇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 주제에 관련한 가장 영리하고 헌신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조차도 기술발전이 비숙련 노동자를 반드시 궁핍하게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증명할 수 없었다.

기술혁신은 비록 비숙련 노동의 상대적 기여가 더 줄어들기는 하지만 주로 기계를 사용한 생산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그렇다고 그 자체로 누군가를 궁핍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궁핍하게 하려면 기술발전이 주로 비숙련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덜 유용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비숙련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비교적 값싼 기계가 좀 더 강력한 기계로 바뀌는 것을 막는 건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시장경제적 의미에서 기술 발전이 직접적으로 비숙련 노동자들을 궁핍하게 만든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그 정형은 18세기, 19세기 인도와 영국의 섬유산업에 나타난 현상이다. 새 기계들은 사람이 손으로 짜던 것과 똑같은 제품을 막대한 규모로 생산해냈다. 제한적 수요로 인해 소비자는 더 이상 수제품에 큰돈을 들이려 하지 않았고, 비숙련 노동자들이 생산한 제품의 가치는 폭락했다. 그러나 이들의 원재료 값은 그렇지 않았다.

역사의 교훈은 로봇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교훈은 사회 전반의 상대적인 소득이 공정한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하기 위한 사회 엔지니어링과 정책과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3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우선 정부가 적절한 거시경제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실업률이 낮은 경제를 유지함으로써 시장이 적절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적절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기 위해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 우리 시장경제는 우리의 가치와 도덕규범과 연관된 사회적 목표를 억누르기보다 고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은 점증하는 하이테크 도구들(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에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훈련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여전히 수요가 있는 유용한 재화를 만들 수 있다.
"AI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간다"와 같은 경고를 발동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정책들을 끌어낼 수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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