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국민은 '좋은 일자리 문지기'를 원한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7 17:10

수정 2017.05.07 17:10

[데스크 칼럼] 국민은 '좋은 일자리 문지기'를 원한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7일 용산 효창공원을 찾았다. 정문을 통해 공원 중심 도로를 따라 걸어오르다가 계단 하나를 마주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로 오르는 계단이다. 계단 한쪽에 하늘로 곧게 뻗은 백송 한 그루가 생전 백범의 기개를 느끼게 했다. 5월의 햇살을 받아 솟아오른 연둣빛 잔디들로 뒤덮인 봉분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백범 묘소 옆 백범기념관 1층에선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백범 좌상이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순간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나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라던 문구가 떠올랐다.

문득 백범이라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조국이 독립된다면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던 백범이 아닌가. 그러나 독립된 조국의 현실은 '문지기'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지경이다. 우리 청년들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일자리 없는 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청년실업자는 43만5000명가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우리나라 청년층 실업률은 10.7%다. 청년취업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9일 선출되는 신임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물론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 일자리를 80만개든, 100만개든 만드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의 세금부담이 없어야 하고, 시장 중심의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싶다. 일자리도 양보다 질이다. 국민 세금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연명되는 일자리는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궁극적으로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일자리정책은 자유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일자리는 증세로만 창출되는 게 아니란 점도 알아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실업률을 11.3%에서 4.1%로 낮췄다. 그는 실업복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노동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했다. 이런 정책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까지 승계됐다. 독일 사례를 통해 노동시장 개혁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노동계 현실은 어떤가. 일부 노조는 고용세습은 물론 임금피크제까지 거부하면서 청년고용을 가로막고 있다. 일부 노조는 기업 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나도 급여와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기업들을 쥐어짜서 만드는 일자리 정책도 지양해야 한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만지작거리던 카드가 법인세 인상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투자가 위축된다.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법인세 인상은 소탐대실이다. 오히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의 일자리는 3배 늘어난 반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1.5배 증가에 그쳤다는 게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이다.

해외 경쟁국들은 국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다시 돌아게 하는 '리쇼어링'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율 35%를 15%로 낮췄다.
유럽의 경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19%였던 법인세를 9%로 낮췄다. 이런 게 국민이 원하는 신임 대통령의 일자리정책이 아닐까. 끝으로 백범의 명언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눈길을 걸어갈 때는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걸어갈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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