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새 대통령 앞에 놓인 가시밭길

분권.협치는 선택 아닌 필수
몸 낮추는 서번트 리더십으로 국민과 야당 섬기는 정치해야

내일(5월 10일)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새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대통령이 될 것 같다. 첫째는 준비기간 없이 바로 국정운영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둘째는 파면 당한 박근혜정부의 내각과 상당 기간 동거해야 한다. 셋째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원내 의석점유율이 40%를 못 넘는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120석에 불과하다.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할 가장 큰 장애물은 극심한 여소야대 구조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반 의석으로 출발했지만 결말이 좋지 않았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했으며, 당내에서도 편가르기에 급급한 결과다. 박 전 대통령의 몰락은 이제 승자독식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새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보다 낮은 득표율과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으로 국정을 책임져야 한다. 야당의 협력 없이는 정부 구성은 물론이고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을 것이다. 야당의 협력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자명하다. 야당과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패자와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현재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분권과 협치다.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일부 후보 간에 연대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실적 제약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주요 후보들은 연대 필요성에는 이구동성으로 공감대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통합정부론'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보수 대통합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개혁공동정부론'에는 이런 분권과 협치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본다. 다만 연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선거전의 승패가 가려지면 승자는 스스로 제시한 원칙에 따라 과반의석 확보가 가능한 조합들을 모색할 것이다. 문 후보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드림팀'을 구성하되 '국정농단 세력과의 야합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조합(166석)이 유력하다. 당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홍 후보의 '보수 대통합론'은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조합(154석)을 염두에 두었을 듯싶다. 안 후보는 '개혁과 협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으로 문호를 넓혔다. 이 경우 안철수.문재인.유승민 조합(180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연대 없이 그때그때 사안별 협치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 내내 국정불안을 피하기 어려워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약체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취임 첫날부터 자욱한 안개 속에 낭떠러지 길을 걸어야 한다. 한 발만 헛디뎌도 실족사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게다가 개헌 문제는 약체 대통령을 흔드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이런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다. 서번트는 하인을 말한다. 하인이 주인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과 야당에 다가가야 한다는 뜻이다.
전임자들처럼 파벌정치를 하거나 함부로 레이저 광선을 쏘아대는 일은 생각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몸을 낮추는 정치를 실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의외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서번트 리더십이 험난한 여정을 앞둔 새 대통령을 안전하게 인도해줄 이정표가 될 것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