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아슬아슬한 부동산 ‘갭투자’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8 17:01

수정 2017.05.08 17:01

[차장칼럼] 아슬아슬한 부동산 ‘갭투자’

서울 지역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6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려면 8년 넘게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세상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은행과 국가에 손을 벌려 받아 집을 마련해 왔다. 섣불리 집을 샀다가 은행 대출이자 때문에 생활고에 빠지는 하우스푸어가 등장했지만 다행히 저금리가 길어진 덕분에 차곡차곡 대출금을 갚아 나갔다. 이게 서민들이 내 집을 장만하는 전형적 방식이다.

서민들이 한푼 두푼 대출금을 갚는 동안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은행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사기 힘든 사람들이 전세를 전전하며 전셋값이 집값의 턱밑까지 오르자 나머지 차액만 주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gap)투자다. 먼저 3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세금이 2억5000만원이라면 매매-전세의 갭(gap)인 5000만원만 주고 집을 산다. 3억원짜리 집이 3억2000만원으로 오르면 매수자는 5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세금을 떼더라도 요즘 같은 시절에 20%라면 찾아보기 힘든 수익률이다.

여기저기 갭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30대 젊은 층부터 60~70대 노령층까지 갭투자를 기웃거린다. 9억원짜리 아파트에 2억원을 마련해 갭투자로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니까 가능하다" "거기라면 이해가 간다"는 식의 반응들이 뒤따른다.

갭투자의 전제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상승장이어야 한다. 집값과 전셋값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꺾이더라도 실패로 이어진다. 특히 전세는 갭투자의 지렛대이기도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주택가격 하락은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선행하기 때문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자칫 전세금을 내려줘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이고, 최악의 경우 갭투자가 갭전세로 뒤바뀔 수도 있다.

내 집을 사지 못해 전세를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자금을 이용해 집값 상승을 기대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것도 아무런 이자비용 없이 집값의 70% 이상을 충당한다. 결과적으로 갭투자 때문에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갈수록 멀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다.
주식보다는 낫다지만 부동산 역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품이다. 운이 좋아 갭투자로 돈을 벌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수익을 내기까지 자신이 세입자들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는 점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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