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동물학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8 17:26

수정 2017.05.08 17:26

[기자수첩] 동물학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국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1911만가구 중 457만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니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고, 인구 기준으로는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셈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산업은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적 기반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한참 뒤떨어져 있다. 반려동물 유기와 학대가 끊이지 않고, 이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서와 동물보호단체 등에는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1000건 넘는 동물학대 신고가 접수됐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이 이뤄진 것은 벌금형 68건에 징역형은 고작 2건이다.

최근 인터넷 등을 뜨겁게 달군 고양이 학대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자신의 집 근처에 설치한 덫에 길고양이가 걸리자 끓는 물을 붓거나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찌르는 등 학대한 뒤 자신이 키우던 개로 하여금 고양이를 물어뜯어 죽게 했다. 심지어 이 과정을 촬영해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런 잔인한 범죄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해당 법원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 사회봉사명령 240시간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다른 동물학대 처벌 사례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 수십만원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처벌이 센 편이지만 죄질에 비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허탈해했다.

반려동물 학대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려동물 학대는 곧 사람에 대한 범죄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고,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 전과가 있다. 최근 한 10대 소녀가 8세 여아를 유괴 살인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B양이 고양이를 죽여 해부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동물학대가 인간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진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동물학대 가해자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규정은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그마저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니 이래서는 동물학대를 근절하기 어렵다.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