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프랑스 대선의 재구성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9 16:54

수정 2017.05.09 16:54

[차장칼럼] 프랑스 대선의 재구성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프랑스를 모른다!"

7일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으로 선출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이날 출구조사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좌우파 모두에게 견제를 받았으며 의원 하나 없는 정당으로 그는 어떻게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6개월 남짓한 기간 그가 써내려간 정치 드라마는 그의 인생 전체를 훑어보지 않고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의 인생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첫번째 도전은 그의 아내였다. 16세 때 24살 연상의 교사를 사랑했던 마크롱은 부모의 반대로 파리 유학을 가면서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교사로서 아이 셋을 키워왔던 브리지트 트로뉴는 13년간 계속된 마크롱의 구애 끝에 정식으로 그의 아내가 됐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걸어온 길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국립행정학교 졸업 후 재정감사원에서 사회 경력을 시작한 후 미셸 르카르 전 총리 등 다양한 정·재계 인맥을 쌓았지만 그의 다음 행보는 로스차일드였다. 로스차일드는 유럽 금융계를 쥐락펴락해온 거대 투자은행으로 정치가 이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었지만 그는 과감히 금융계에 투신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300만유로가 넘는 연봉을 받으며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요청으로 대통령 보좌관과 경제부 장관 자리에 오른다.

좌파인 사회당에 몸담았지만 자신을 끌어준 올랑드 대통령도 마크롱에겐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은행가 출신의 그에겐 프랑스의 저성장 돌파에 좌파 성향의 올랑드식 경제정책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밀어붙인 자신의 정책에 올랑드가 소극적으로 나오자 마크롱은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전진한다는 뜻을 담은 혁신 정당 '앙마르슈(En Marche)의 창당이다. 야심차게 정당을 출범시켰지만 물리적 영향력은 하나도 없었다. 의원 하나 없는 정당인데다 그의 당론은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맞지 않았다. 기업에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생산성을 높일 기회를 주도록 했지만 유럽 통합에 대한 열망은 우파 정당엔 입에 맞지 않는 요리였기 때문이다. 이 극렬한 진영 싸움이 마크롱에겐 행운으로 다가왔다. 정쟁으로 지친 프랑스 국민들에게 차선책을 선택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에 대한 실망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야기한 영국 보수파의 결정 역시 프랑스 유권자들이 좌우진영을 꺼리는 결과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그의 반대편에선 40% 가까운 유권자가 극우 진영 르펜을 지지했고, 5년 후 그의 정책 성공 여부에 따라 국민들의 지지 성향도 바뀔 공산이 크다. 좌우 논리를 벗어난 중도파였지만 이제는 모든 진영을 아우르며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남았다.
매번 색깔론과 진보.보수의 프레임 전쟁이 판치던 우리나라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ksh@fnnews.com 김성환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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