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알바생 사고 책임 없다는 편의점 본사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1 17:09

수정 2017.05.11 17:09

[기자수첩] 알바생 사고 책임 없다는 편의점 본사

"본사는 가맹점 인사(人事)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가맹점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은 가맹점의 문제로, 본사는 책임 없습니다."

편의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에 대해 CU 본사에 문의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본사는 매번 책임을 분리하지만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법 위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 2월 고용노동부의 '청소년 다수고용 사업장' 점검 결과 32곳 중 21곳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CU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조사에서 189곳 중 154곳이 적발돼 위반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현 정부에서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이 이행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얼마 전 편의점 CU에서 본사 직원들에게 전 지역 가맹점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로조건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본사 직원들이 파악한 내용은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최저임금 준수 △주휴수당 지급 △5인 미만 사업장 여부 등 CU 편의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직원들 말이 사실일 경우 가맹점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근로조건을 조사한 이유가 뭘까. 본사가 가맹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희망은 금세 꺾였다. 본사는 근로조건 조사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대신 "본사는 가맹점 인사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가맹점주와 본사 직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본사는 매년 이뤄지는 고용노동부 조사에 맞춰 실태를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편의점 직원은 "고용부가 대대적으로 조사할 때쯤에 맞춰 가맹점 근로조건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미 CU 본사도 가맹점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았고 실제 파악했던 게 아닐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본사 측은 매년 발생하는 법 위반 문제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만 책임을 분리한 채 문제 해결이 정말 가능할까. 그러는 사이 문제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경북의 CU 경산점 알바생이 고객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CU 본사는 "본사 책임이 전혀 없는 가맹점 문제"라며 유족 측에 사과하지 않았다.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달 4일 홈페이지 팝업창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유족 측은 CU 본사에서 사과문을 올렸다는 문자 한 통만 달랑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알바생은 고객에게 봉투값 20원을 받으려다 시비가 붙어 사망했다.
봉투값을 고객에게 받으라는 것은 본사가 내린 지침이다. 사망 당시 그가 입고 있던 유니폼 가슴팍에는 CU 로고가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사와 책임이 분리된' 가맹점의 알바생 신분이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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