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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FBI 국장 해임.. 의혹 더 키운 트럼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2 17:12

수정 2017.05.12 17:30

[월드리포트] FBI 국장 해임.. 의혹 더 키운 트럼프


"워터게이트보다 더 최악이다. 워터게이트에 알저 히스 스캔들이 합쳐진 격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 윤리담당법률고문을 지낸 리처드 페인터 변호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악재를 만났다.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이 코미 국장의 전격 해임으로 더 커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조사 중이던 코미 국장이 해임되기 직전 법무부에 관련 수사를 위한 예산과 인력 보강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국장을 전격 경질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 정계와 미 언론들은 이번 해임 결정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를 해임한 '토요일 밤의 대학살'에 빗대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부르고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대한 도청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는지 확인하려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가 1973년 10월 20일 해임당한 것이 코미 국장의 해임과 닮았다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이후 재판 과정에서 도청 은폐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회의 탄핵에 직면했고 끝내 대통령을 사임하고 말았다.

코미 국장 해임은 워터게이트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외국 세력, 즉 러시아가 개입됐기 때문이다. 페인터 변호사는 워터게이트에 알저 히스 스캔들이 겹친 격이라고 설명한다. 국무부의 고위관리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던 히스는 국가기밀을 소련에 넘겨준 스파이 행위로 기소돼 당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번 해임 조치가 이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는 해임 시기 때문이다. 대선 열흘 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재수사 방침을 발표하는 바람에 대선 판도를 뒤집어 트럼프 당선에 일등공신이 된 코미 국장은 트럼프 취임 이후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는 지난 3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선기간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과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트럼프 캠프 도청 의혹 모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을 결심한 시점과 관련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의 말은 왔다갔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건의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한 시점(8일)에 해임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해임 생각을 했고 결정을 이미 한 상태였다는 식(11일)으로 하루 만에 말이 달라졌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법무부) 건의에 상관없이 해임하려 했다"며 앞선 설명들을 모두 뒤집어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 '코미는 워싱턴(정치권)과 공화.민주당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해임 이유를 밝혔지만 앤드루 매케이브 FBI 국장대행은 코미 전 국장이 FBI 내부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무색하게 했다.


민주당은 특별검사 지명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아일랜드 도박사이트 '패디파워'에서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내 탄핵' 베팅 수치는 60%까지 올랐다.
임기 최대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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