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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가치 중심의 사회를 위하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5 17:14

수정 2017.05.15 17:14

[fn논단] 가치 중심의 사회를 위하여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새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는 대통령 선서를 한다. 일반 '법률'이 아니라 '헌법'을 준수한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는 헌법이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기본적 가치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의 구체적 일상을 규율하는 것은 상법 등과 같은 일반 법률이므로 평소에 우리는 헌법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의 조기대선에 이르는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면서 헌법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위정자들은 정치행위를 함에 있어 헌법이 부여하는 가치를 준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논의를 조금 더 확장하면, 우리는 개인 또는 조직이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다. 대표적으로 정당을 꼽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정당은 같은 정치적 이상과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즉, 가치 중심적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들은 인물 중심적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구심적 인물이 사라지거나 정치적 어려움에 처할 경우 쉽게 분화된다. 여기에는 거의 예외가 없었다. 지난 정부의 여당도 현재 여당도 그 과정을 겪었다. '가치'보다는 '이익'이 우선이다 보니 정치적 유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결과 정당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현재의 여당과 야당이 향후 10년 이후에도 동일한 이름의 정당으로 존속하리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선진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가치의 중요성은 기업에도 해당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기업이 단기적 이익에 급급해 소비자 보호, 환경 보호, 인권 신장 등의 보편적 가치를 소홀히 해 사회적 손실을 입혔을 경우 추구했던 이익보다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었던 경우는 매우 흔하다. 심하면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기업도 장기적으로 생존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익과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가 충돌할 경우 이익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 중 선택해야 할 경우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세계 유수의 장수 기업들이 밟아온 경영의 궤적이기도 하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다를 바가 없다.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운 법이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좇지 말라'는 충고를 부자들로부터 듣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는 가치 중심적 사고와 행동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가치들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보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행동의 지표로 삼는 사회가 선진화된 사회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이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 사회의 부박성(浮薄性)과 경제규모에 한참 못 미치는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이를 말해준다.
새 정부의 출범이 가치 중심의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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