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6 16:55

수정 2017.05.16 16:55

[차장칼럼]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최근 자주 접하는 질문 중 하나가 "돈을 벌 수 있는 종목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다.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같다.

"그걸 알고 있으면 기자 하고 있겠나. 전업투자자로 변신해서 이미 엄청난 부자가 됐겠지."

사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짐작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제아무리 주식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는 감히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기껏해야 예측이나 추측, 전망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있을 뿐이다.
해마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코스피지수 전망치도 마찬가지다.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자료와 통계를 분석한 다음에야 발표하지만 결과를 정확히 맞혀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대내외의 정치.경제.사회적 변수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지난해 말 상당수 증권사들이 올해 예상 코스피지수 밴드를 2100∼2250으로 제시했었다(물론 2300선을 넘을 것으로 본 곳도 있다).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가졌으나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자칫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단적인 예로 증권사들은 2016년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피 최고점은 2100선에 턱없이 모자랐고,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증권사들은 지난 6년간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말이면 으레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탈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가 나중에 하향 조정하는 행태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된 것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자 증권사들은 앞다퉈 '눈높이 올리기'에 나섰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기업의 실적개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종전 2300에서 2500선으로 올렸다. 최고점은 258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여기에 있다. 6년 전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었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에도 증권사들이 주가 상승세를 뒤쫓아가면서 지수 전망치를 높였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 이를 따라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증시는 고꾸라졌고, 개미들은 큰 손실을 봤다. 증시는 지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도 있다.
하지만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참고만 해야지, 그것을 정답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100%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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