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돈 안써도 일자리 나온다

의도가 좋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인 기간제법이 그랬다. 노무현정부는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기업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편법을 일삼았다.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 2년이 되기 전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기 일쑤였다.

비정규직 인원이 기간제법이 생긴 10년 전보다 되레 늘어난 이유다. 통계청 집계로는 2007년 8월 570만명에서 작년 8월 644만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30%대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의 3배다. 기간제법을 만들 당시 악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정규직 비율을 OECD 수준으로 낮추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와 차별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12일에는 취임 첫 현장행보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다.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바로잡고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약속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이 문제다. 당장 집배원 등 각 분야에서 너도나도 정규직 전환 요구를 쏟아낸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간접고용을 합쳐 14만명 선이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돌리자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332개 공공기관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30% 정도다. 결국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용 증가를 불러 신규 채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자리가 최우선이라는 새 정부의 방침에도 역행한다.

비정규직과 일자리 문제는 규제를 풀어 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문 대통령보다 이틀 먼저 정권을 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를 눈여겨볼 만하다. 마크롱은 일자리를 늘려 고실업, 저성장에 신음하는 프랑스병(病)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방만한 공공부문 일자리 12만개를 없애 아낀 돈으로 신산업에 투자하고, 법인세율을 내려 기업의 성장과 고용창출을 유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마크롱은 2014∼2016년 경제장관 시절 휴일영업 규제 완화, 근로시간 유연제 등 107개 경제개혁안을 주도했다.

일자리 목표는 같지만 문 대통령은 마크롱과 거꾸로 간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 등이 대표적이다. 재벌개혁의 기치 아래 공정거래법.상법.유통관련법 등 기업활동을 옥죄는 공약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들이 잔뜩 움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1호 업무지시 등 문 대통령의 의미 있는 일자리 행보가 반감되는 느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출근길에 국민과 인증샷을 찍으며 스킨십을 늘렸다.
비서관들과는 커피를 들고 격의 없이 산책하고,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식사를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소통과 파격 행보를 일자리 만들기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한다. 당장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법 등 경기활성화 법안 처리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