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사법피해자, 공권력에 무너진 삶(1)]

억울한 옥살이, 무죄 받아내도 평생 '주홍글씨'

지령 5000호 이벤트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 재심 청구인들 잇단 무죄
형사보상제도 있지만 경제적.정신적.육체적 피해 이미 돌이킬 수 없어
소송비용 등 금전 보상 넘어 명예회복 위한 대책 필요

지난해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과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들에 대한 형사보상제도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무죄 확정된 피해자들은 돈 문제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옥살이를 하면서 받는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함께 경제적 기반인 직장을 포기해야 하고, 재판 과정에서 '범죄자'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가족들까지 큰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같은 사법피해자의 실태와 형사보상제도의 문제점, 해외 선진국 사례, 전문가 조언 등 6차례에 걸쳐 사법정의 실현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한다.


■"안 당해본 사람 모릅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돼 1년여간 무죄 입증을 위해 힘겨운 법정다툼을 벌인 손모씨는 지난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던 손씨는 물건을 분양하면서 의뢰자들에게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손씨는 공동투자 계약서를 작성, 의뢰자들과 공동통장을 개설했으나 투자자들 허락 없이 임의로 공동통장에서 돈을 인출,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부동산개발사업은 큰 차질을 빚었다. 결국 투자자들이 손씨를 고발, 기소됐다. 결백을 주장하던 손씨는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그러나 징역 3년형이 선고돼 6명이 수감돼 있는 10㎡(3평) 남짓한 감방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항소해 "입금된 돈을 허락을 받고 집행했다"는 각종 자료와 증거를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석방됐으나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또다시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무죄 확정된 손씨는 부동산개발사업을 포기, 다른 일자리를 물색 중이다. 손씨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는 순간 지옥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고 수감되면서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1년가량 걸린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2000만원 이상 지출했지만 법원이 인정해준 금액은 15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그나마 변호사를 잘 만나 수임료를 이 정도 지불했지, 일부 변호사는 성공보수금을 포함해 3000만원, 5000만원, 급기야 1억원까지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죄판결돼도 실추된 명예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최모씨는 "억울함을 풀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며 "두 딸이 '아빠는 전과자'라는 놀림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17년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데다 무엇보다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고통을 참기 어려웠다.

나라슈퍼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 삼례읍의 나라슈퍼에서 유모씨(당시 76세)가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살해되고 현금 200만원을 도난당한 사건이다. 용의자로 지목된 최씨와 임모씨 등 3명은 강도치사, 특수강도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6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검찰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 용의자 3명을 붙잡고도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무혐의 처분 받은 일행 중 한 명인 이모씨는 재심 여부 판단을 위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자신이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임씨 등은 경찰의 폭행 및 강압수사로 허위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이들 3명은 법원에 형사 보상청구 소송을 냈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우선 검사가 제대로 기소하되 확실한 증거와 구성요건에 맞는 법리를 구성, 공소제기를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무죄가 확정됐을 경우 소송비용뿐만 아니라 명예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예병정 구자윤 김문희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