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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청춘백서] (하) “나는 '부메랑 직원'입니다”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0 09:00

수정 2017.05.20 09:08

[新 청춘백서] (하) “나는 '부메랑 직원'입니다”

IT 회사에 다니는 이준호(가명·33·남)씨의 직장 경력은 화려하다. 일한 지 5년이 조금 넘었지만, 같은 회사에 3번 재입사한 독특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입사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3번이나 같은 회사에 재입사 하게 됐을까?

고용시장 한파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자유롭게(?) 하는 능력자 이준호씨. 어떤 사연이 있는지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음은 이준호씨와의 일문일답.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이준호 (이하 이)=IT 회사에서 경영지원팀 소속으로 인사와 총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회사 규모와 직원은 몇 명입니까?

이=회사는 서울에 있으며, 직원 10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입니다.

- 주 몇 시간 일을 하시나요? 혹시 주말 근무도 하시나요?

이=법정 근무시간에 맞춰 주 40시간 일하고, 야근은 하루 평균 2~3시간씩 합니다.
한 달에 최소 30시간에서 많이 할 때는 60시간 한 적도 있습니다. 간혹 금요일 오후에 급하게 요청해서 그다음 주 월요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합니다. 다행인 것은 수당을 1.5배 받을 수 있습니다.

- 직장 경력이 조금 독특하던데 첫 입사부터 세 번째 입사까지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이=2012년 5월 첫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9월 재입사를 하게 됐고, 작년 7월 3번째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 처음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사업에 대해 투자도 안 하고 인력도 없었습니다. 지원 인력이 저 혼자 밖에 없었거든요. 결국 팀이 망해서 퇴사하게 됐습니다. 제 의지와 다르게 어쩔 수 없었던 거죠.

- 4개월 정도 방황하다가 두 번째 입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같이 일했던 팀장님이 경영지원팀으로 발령 나면서 다시 일해 볼 생각이 있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인사·총무 직무는 제가 평소에 관심 있고,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서 고민하다가 재입사 하게 됐습니다.

-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는데 또다시 그만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회사 내에서 지원부서와 지원부서가 아닌 곳의 처우 차이가 너무 심했습니다. 남녀 차별도 존재했고요. 직원들은 점점 느는데 우리 부서의 업무량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계치를 넘었습니다. 결국 선임 2명이 채용됐는데 일은 안 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만 하더라고요. 월급을 더 받는 것이 화가 났습니다. 또한, 괴리감도 느끼고 제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 이름을 부르는 것도 싫고, 점심이나 회식 자리에서도 일을 시키니 숨이 막혔습니다. 무엇보다 심신이 너무 지쳐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 사람에 치이고 회사에 진저리가 났을 텐데 3번째 재입사 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이=심기일전해서 다른 곳을 입사했는데 급여가 전 직장보다 많았지만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야근을 하는 건 버틸 만 했는데 그에 따른 수당도 없고 너무 부려 먹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돈을 더 받고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일에 익숙한 것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따져 봤을 때 세금을 제외하고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많아서 또다시 입사하게 됐습니다.

- 3번째 입사했을 때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왜 다시 왔어?” 부정적인 시선과 “잘 왔어” 긍정적인 시선이 반반이었습니다.

- 현재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이=자기 손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직원들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지원팀은 총무의 경우 업무에 경계가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일인가'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전화기가 안 된다고 해서 찾아가면 전원이 안 꽂아져 있거나, 인터넷이 안 된다고 찾아가면 랜선이 빠져 있는 등 이와 유사한 일들로 불려 다녔던 적이 많습니다. 심지어 이런 직원들은 제가 찾아가서 직접 연결해주기 전까지는 업무를 하지도 않고 계속 저를 기다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비슷한 요구가 당연시되는 사내분위기와 이로 인해 저를 포함한 팀원들은 빈번하게 회의감을 느끼며 업무를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끝으로 취업 준비생 또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취업을 준비할 때 비전이나 업계 상황들을 잘 모르니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어떤 일을 하든지 환상이 많으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너무 급하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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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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