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검찰 개혁과 정의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1 17:04

수정 2017.05.21 17:04

[데스크 칼럼] 검찰 개혁과 정의

그럴 줄 알았다고 한다. 국가권력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켜 오만한 엘리트주의를 키웠고 집중된 권한을 이용해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행세하면서 쌓인 폐단이 좌시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지난 수십년간의 폐해를 근절할 기회라고 한다. 권한을 나누고 기관 간 견제를 통해 이제는 "나만 정의롭다"가 아니라 겸손한 공권력의 상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전면 등장은 새 정부 검찰개혁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기수와 서열 문화를 혁파하고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미명하에 특정 사건을 덮거나 왜곡 처리하는 관행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검찰은 세상이 바뀐 것을 실감한단다.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인다고 한다. 낯선 환경과 변화의 물결 앞에 법무부는 물론이고 대검찰청마저 수뇌부가 모조리 옷을 벗는 혼란 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클 법하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라는 일부 정치검사들 때문에 검찰 조직 전체를 적폐로 간주해 청산과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몹시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그러나 작게는 검사 개개인이, 넓게 보면 검찰 조직이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 역시 만만찮다. 검사 개인으로서는 국가가 부여한 소명을 온전히 수행했는지, 조직은 이런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토양과 문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검사 임관 때 선서한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로 처신했는가라는 물음에 선뜻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검찰 내 소위 정치검사가 발호할 때 침묵하고, 부당한 지시나 사건 처리를 묵인 내지 동조했다면 국가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로서의 길을 벗어났다고 해도 억울해할 일은 아닐 것 같다. 윤 신임 지검장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수사 때 검찰 수뇌부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검찰은 지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가히 격랑이라고 할 만한 큰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치부하거나 경솔하게 다뤄서는 안될 문제다. 더구나 일선 검사 상당수는 그동안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따가운 외부 시선에 자긍심을 잃고 있다.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국민 신뢰 속에 든든한 사정의 중추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개혁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검찰 내부의 상명하복식 업무처리 시스템, 폐쇄적인 조직문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조장하는 정치검사 등에 대한 인적 청산 및 개선 못지않게 형사사법구조 전체의 개혁방안을 기대한다.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형사사법기관인 검찰로 넘어가는 순간 '정치검찰' 논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개혁의 명분과 추진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최근 검찰 고위급 인사 절차를 둘러싼 논란처럼 개혁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합법성 시비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의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개혁이라는 명분이 실정법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지적에 일면 수긍이 가는 이유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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