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용률 70% 집착하다 실패한 朴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1 17:27

수정 2017.05.21 20:21

새정부 '비정규직 제로' 성공 해법은
5년간 초단시간 근로 급증, 일자리 질 오히려 떨어져
비정규직 증가 역효과 발생비정규직 개념 명확히 해야
기업-노조 범위 서로 달라 장기적 관점서 해결해야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구체적인 정책추진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기 위해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실패했던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구체적인 정책추진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기 위해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실패했던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률 70% 집착하다 실패한 朴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이 시험대에 올랐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선결과제다.

박근혜정부 역시 이 문제에 집중했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 근로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민간 부문 내 정규직 전환을 유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했다. 오히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숫자는 더욱 늘었고 민간 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 정책을 쏟아냈지만 고용률에 집착해 비정규직 정책을 뚝심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朴정부의 정규직화 실패 원인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을 단계적으로 줄여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화를 추진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화를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간접고용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박근혜정부가 지난 2012년 12월 26일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계획과 달리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만 늘었다. CEO스코어가 분석한 353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무기계약직+비정규직+소속 외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5년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은 32%에서 33.6%로 오히려 상승했다. 인원도 14만4194명으로 2012년에 비해 19.9% 늘었다.

민간부문을 포함한 사회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비중도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1년차인 2013년 32.6%였던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32.8%로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간제 노동자는 188만3000명에서 248만3000명으로 32% 크게 늘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에 집착하면서 초단시간 근로가 급증했다. 상시적인 일자리를 단시간 노동으로 쪼갰다"며 "고용률은 올라갔지만 일자리 질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년간 고용률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집권 1년차인 2013년 59.5%를 나타냈던 고용률은 2016년 60.4%까지 올라갔다. 다만 비정규직과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일자리 비중도 박근혜정부 들어 급격하게 늘며 고용의 질을 저하시켰다.

2016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644만4000명으로 2012년과 비교해 53만3000명 증가했고, 같은 기간 단시간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동자 역시 84만4000명 늘었다. 비정규직 비중은 3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9%보다 10.9%포인트 높았다. 결국 고용률에 매달리다보니 질 나쁜 일자리만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인성 고용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민간보다는 정부 정책에 쉽게 움직인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에 따라 인턴 같은 단기일자리를 늘리면서 오히려 비정규직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민간의 적극적인 협조 이끌어내야

우선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범위를 정하고 정립해야 관련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노동조합과 기업은 비정규직에 대한 범위가 다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얼마나 개선할지 먼저 정한 다음 예산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선진국은 파트타임 비중이 우리보다 높고, 우리도 경력단절여성 등 시간선택제를 통해 일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제로'라고 극단적으로 가면 그런 노동력이 갈 곳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들의 경쟁력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문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부문인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윤이 좀 적더라도 적정 임금을 주고 공생하는 가치를 가져야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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