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버스 타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17:20

수정 2017.05.22 17:20

[기자수첩] 버스 타는 경제부총리 후보자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은 21일 저녁 기자들의 면담 요청에 버스를 타고 정부과천청사 근처의 한 허름한 호프집으로 왔다. 명색이 대학 총장인데 그 흔한 '운전기사'가 없을 리 없다. 오래 전부터 그를 알고 지내던 후배 공무원들은 "(김 후보자는) 공직에 있을 때도 주말엔 기사를 쉬게 하고 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버스 타고 온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사람 중심의 공정한 시장경제, 소득 중심의 성장"이다. 지난 시절 "돈도 실력"이라던 그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았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발언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중요한 것은 '추경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무작정 예산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지난 정부 세 차례의 추경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박근혜정부 4년 동안 정부는 2013년 17조3000억원, 2015년 11조6000억원, 2016년 11조원 총 세 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만만치 않은 규모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한 효과를 본 것이 없다. 4월 청년실업률은 11.2%에 달한다. 또 10년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썼지만 작년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나라 살림살이도 촘촘하지 못했다. 2015년에는 본예산 375조4000억원에 10조원이 넘는 추경까지 총 384조7000억원을 쓰기로 했지만, 결산을 해보니 실제 쓴 돈은 372조원뿐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예산실장과 기재부 2차관을 역임한 김 후보자는 이런 식의 효율성 떨어지는 예산집행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추경에 대한 질문에 '내실'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기재부 예산실 내에서는 올해 10조원 규모의 추경이 대부분 '불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 하반기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대통령 공약이던 사회복지서비스 분야 인력을 더 늘린다고 해도 이 돈을 효율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만약 우려가 사실이라면 서두르고 있는 추경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김 후보자의 말처럼 "앞으로 5년이 경제살리기에 아주 중요한,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투입 대비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할 때다.
버스로 귀가하는 김 후보자를 응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생각해보라, 버스만큼 '효율적인' 교통수단이 또 있을까.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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