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당국, 부채탕감 사전·사후 예방조치 마련키로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19:20

수정 2017.05.22 21:55

실재산 파악 후 탕감, 허위신고땐 회수
행복기금, 장기 연체채권 13조원 144만명 채무탕감
도덕적 해이 논란 차단 나서
당국, 부채탕감 사전·사후 예방조치 마련키로
금융당국이 새 정부의 대표적 서민 공약인 채무탕감에 따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새 정부의 채무탕감 공약이 역대 정부와 달리 원금과 이자를 모두 탕감해주는 사실상 '완전탕감' 성격이 강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도덕적해이 방지 대책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산파악을 어떻게 할 지, 채무감면후 미신고 재산 발견시 어떻게 대처할 지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채무탕감액 최대 13조원

22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 정부의 채무탕감과 관련해 "새 정부의 공약집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공약에는 '소액.장기연체 채무에 대해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구체적으로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을 예로 들었지만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 등도 언급하고 있어 부채탕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약에 따르면 우선 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 중에선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해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계층의 생활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지난 3월 말 기준 1조8900억원, 대상자는 43만7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소멸시효가 지난뒤에도 여러 금융기관으로 옮겨 다니는 이른바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 규모는 11조원, 대상자는 100만명으로 추정돼 두 개만 합쳐도 약 13조원, 144만명에 이른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채무탕감 대상은 행복기금과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 두 가지로 볼수 있는데 금융당국과 논의 과정에서 채무탕감 대상자와 규모 등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파악 등 과제 산적

아울러 이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 방지와 관련해 "재산파악 등을 거쳐야 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선 금융당국과 생각이 서로 같다"며, 탕감대상자의 재산파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즉 충분히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갚지 않고 버티다 채무탕감을 받는 일이 없도록 재산파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 4월부터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채무자 중 15년 이상 장기연체자, 약 10만명에 대해 최대 90%까지 채무를 탕감해 주면서도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정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 채무 탕감률을 줄이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채무감면은 채무자의 연령, 소득, 재산, 지출정보를 면밀히 심사해 실시하고 채무감면 후 미신고 재산이나 소득이 발견되면 채무감면을 무효화하고 즉시 회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채무탕감 대상자에 대해 증빙문서 제출을 강제하거나 국세청에서 관련 자료를 받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의 동의 여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으로 도덕적 해이 방지책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채탕감 정책을 발표한 역대 정부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 등으로 대부분 규모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부채탕감 규모도 예상보다 줄어드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1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720만명의 신용대사면 공약을 발표했지만 72만명에 그쳤으며, 박근혜 정부도 18조원 규모의 행복기금으로 채무불이행자 322만명의 채무 탕감을 약속했지만 66만명을 지원하는데 머물렀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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