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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알려주마] "세금인줄.." 적십자회비는 왜 지로용지로 보낼까?

용환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7 09:00

수정 2017.05.27 14:51

[그것을 알려주마]

#. 직장에 취업해 독립한 A씨, 우편함에 적십자회비 고지서가 있어 별 생각없이 납부했다. 본인의 이름과 주소가 정확이 적혀있었고, 전기요금, 수도요금과 같은 지로 형식이었기 때문. 당연히 세금처럼 의무인줄 알았는데 뒤늦게 의무납부가 아님을 알고 황당했다. 좋은 곳에 쓰인다고 생각해 보려했지만 자발적이 아닌 속아서 낸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대한민국의 세대주라면 받게 되는 '1만원' 회비납부 통지서. 바로 적십자회비 통지서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10월 27일 고종황제 칙령(제 47호)으로 태어났습니다.

적십자 회비는 6.25 한국전쟁 중 전쟁 이재민과 어려운 이웃에 대한 구호를 위하여 십시일반으로 전 국민의 참여를 유도 하고자 1953년 대통령(이승만) 담화를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모금이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적십자사는 모금방식의 하나로 2000년부터 지로제도를 채택하고 '25세~70세의 세대주'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회비 모금 지로용지를 발송합니다.

문제는 세금 등을 고지할 때 사용되는 양식이다 보니 꼭 납부해야하는 준조세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발적 기부(성금)인 적십자회비의 의미가 퇴색될수있는 것이죠.

인터넷에도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가 의무인지 묻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무납부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전기요금 등 공과금과 구성이 비슷하다.

둘째, 공과금 영수증처럼 이름(세대주)과 주소가 명시돼있다.

셋째, 모금 기간이라 써있지만 'OO.OO까지'란 문구가 납부기한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

넷째, 1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 번 더 지로용지가 배송된다.

이렇다보니 매년 적십자사의 회비모금 통지서에 불만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회비모금에 지로제도를 이용하는 것과 행정기관에 개인정보를 요구해 세대주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지난 2월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반강제적 회비모금 방식으로 적십자회비 지로를 무차별 배포해 성금을 거두는 곳은 전 세계 198개 회원국 중 한국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적십자사는 2016년 1024억원을 모금했습니다. 이중 지로용지를 통한 회비 모금은 약332억원으로 약 32.42%를 차지합니다. 그에 반해 지로용지 배송으로 발생된 비용 총 18억1300만원입니다. 적십자사에게 지로통지서는 효과 좋은 모금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적십자사는 왜 지로 모금을 하고 있을까요? 대한적십자 홍보기획팀 담당자와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Q. 언제, 무슨 이유로 지로 방식을 택했는지요?

▶ 적십자회비는 과거 준조세 성격의 공과금으로 행정기관 공무원과 모금위원(이·통장)이 직접 가가호호 방문하여 수납을 대행하였으며, 영수증을 직접 작성하여 수납과 동시에 발행하였습니다.

수납 대행에 따른 일선공무원의 업무과중, 현금 직접 수납에 따른 분실 또는 유용 우려, 영수증 미발급, 회비납부 독촉을 위한 빈번한 방문 등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여 1996년 내무부, 보건복지부, 광역자치단체, 적십자사 등이 참여한 제도개선위원회를 거쳐서 2000년부터 현행의 자율납부 형태의 지로용지 배부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Q. 지로통지서 발송대상자는 어떻게 되는지요?

▶ 대한민국 법률 제13648호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6조 제4항을 근거로 하여 개인(세대주), 사업자, 법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세대주 이름과 주소는 어디에서 제공 받으시나요?

▶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료제공 요청 등) 및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시행령 제2조(요청자료의 구체적 범위)를 근거로 하여 행정자치부로부터 제공받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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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적십자 회원이 아닌 일반세대주에게 회비 납부 통지서를 보내는 법적근거가 있는지요?

▶ 적십자회비 제도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제6조와「정관」제35조 및 제36조의 규정에 따라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통하여 성별, 국적, 종교 또는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적십자회비 모금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행정자치부와 협의하여 매년 적십자회비 모금 '사무처리지침'을 통해 정하고 있습니다.

적십자사는 당해 국가의 영토 내 합법적인 정부에 의해 ‘특별법’에 의거 설립된 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의한 승인’과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의 회원 가입’ 등의 절차를 통해 자격을 부여받는 ‘국제기구’이며, 국제적십자운동에 공식 구성기관으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정부가 의회의 비준을 받아 제네바협약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가능한 ‘국제법(제네바협약) 상의 단체’입니다.

또한, '국제적십자회의'에서 적십자운동 구성기관들과 회합하는 제네바협약 체약국 정부는「국제적십자운동규약(The Statue of the Movement)」에 의거, '자국 영토 내에 적십자사를 설립하고 그 발전을 도모'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Q. 대한적십자사가 납부 제외자로 규정했던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세대주에게도 납부 고지서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 세대주는 개인정보보호법 강화에 따른 고유식별정보(주민등록번호)처리 제한으로 사전에 가려낼 방법이 없어 2015년부터 부득이하게 지로가 발송되고 있으며, 해당사항을 지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Q. 일부 국민들은 세금으로 오해, 의무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발적 납부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 2000년 지로제도로 전환된 이래 현재까지 17년 동안 지로용지에 안내 문구를 삽입하여 안내하고 있으나, 신규 세대주·사업자 등 처음 적십자회비 지로를 받아 보시는 분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지로·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 하고 있으며, 오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홍보강화 등을 통해 자율납부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전 세계 198개국 적십자사 중 회비를 집집마다 지로용지를 배포하는 곳은 한국뿐이라는데 사실인가요?

▶ 형태는 다릅니다만,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지로제도 도입 전 부터 정례회(우리나라의 통리장 단체)를 통해 대행수납(세대당 500엔 수준) 방식으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Q. 지로용지 형식의 모금 폐지에 대해선 검토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적십자회비의 당초 취지인 전국민의 참여 안내를 위해 불가피하게 지로제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모바일·온라인을 통한 모금과 정기후원자 모집 확대 등 모금방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적십자 회비 지로통지서 발송금지 신청이 가능한가요?

▶ 관할지사에 세대주명과 주소만 말씀해주시면 발송 제외 처리가 됩니다. 다만, 이사를 가게 되면 전산에 입력된 세대주명과 주소가 불일치하게돼 재발송될 수 있습니다.
영구 발송 제외를 원하시면 신청 당시 주민등록번호를 함께 등록하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

▶ 십시일반으로 전국민의 참여를 통해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했던 적십자회비 모금의 취지와 제네바 협약 가입국인 우리나라가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시작됐던 적십자회비의 목적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빈곤과 재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이웃을 돕는 적십자회비의 취지와 목적을 헤아려주시고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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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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