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르포] '중견기업 100만+ 일자리 박람회' 가보니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7:23

수정 2017.05.24 17:23

졸업을 앞둔 특성화고 학생들이 24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100만+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중견기업 인사 관계자들에게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청
졸업을 앞둔 특성화고 학생들이 24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100만+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해 중견기업 인사 관계자들에게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청

정갈한 양복을 입고 면접을 준비하듯 차분히 입장을 기다리는 취업준비생,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팸플릿을 보는 대학생, 바닥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
24일 '중견기업 100만+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3층 D홀 앞은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며 100여명의 '구직자'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모두 다른 옷을 입고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취업'이라는 같은 목표를 품고 자리에 모였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주최한 이번 일자리 박람회는 중견기업 87개사가 참석해 다양한 구직정보를 제공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개회사를 통해 "경제구조가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우수 인력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유입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동기와 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 구정현(28)씨는 "인터넷에서 중견기업 채용 박람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전공인 기계 설비를 살릴 수 있는 직무와 안정적인 연봉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채용 상담 뿐 아니라 지원도 된다고 해서 양복을 입고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현장면접을 통해 실제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람회에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앞둔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노원에 위치한 영신간호비즈니스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 전원이 이곳을 찾았다.

천안상업고등학교 정준희(19)군은 "마케팅을 전공한 학생 중 사전에 신청한 30여명이 박람회에 왔다"며 "전공을 살리면 좋겠지만 둘러보면서 좋은 기업을 찾아보고 어떻게 입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취업이 나날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에 대학교 1~3학년 재학생들도 박람회를 찾았다. 친구들과 함께 박람회를 온 이혁진(20)씨는 "과사무실에서 박람회 소식을 문자로 보내줘서 수업 대체를 신청하고 박람회에 왔다"며 "요새 취업이 워낙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정신을 차리려고 박람회에 왔다"고 털어놨다.

채용 상담과 구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나온 기업들의 의지도 남달랐다. 과외교사를 모집하고 있는 '동화세상에듀코' 관계자는 "취업포털을 이용한 채용에서 그치는 것 보다는 구직자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박람회에 참석했다"며 "간부들의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전문성 보다는 열정과 성실함을 가지면 충분히 채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런칭한 홈 인테리어·리모델링 브랜드인 '홈데이'의 직원을 채용 중인 유진기업 관계자는 "홈데이를 런칭하며 기업-소비자간 거래(B2C)에도 도전한 만큼 기업 홍보를 겸해 박람회에 참여했다"며 "상담을 받으러 온 구직자 중 조건이 맞으면 바로 인재풀에 등록해 취업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참석자들은 박람회를 찾은 기업과 구직자들 사이의 '미스매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석한 중견기업들은 대졸 이상의 인력을 바라고 있지만,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의 상당 부분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오전이라 그런지 고등학생들이 많아 정신이 없다"며 "여기에 온 대부분의 기업이 대학 졸업예정자나 경력직을 뽑을 텐데 조금 분위기가 안 맞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성화고 3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같은 학년 친구들과 다 같이 왔는데 생각보다 고졸을 안 뽑아서 약간 당황했다"며 "몇몇 친구들은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대부분 전문학사나 학사를 뽑는다"고 털어놨다.


한 취업준비생은 "중견기업 박람회라고 모아놓은 것 치고는 다양한 기업들이 있진 않은 것 같다"며 "전공이 기계 쪽이라 그런지, 29일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 오히려 더 괜찮은 기업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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