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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득주도 성공하려면 재계와 '협치'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6:58

수정 2017.05.24 16:58

아베 총리 채찍·당근 병행..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에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21일 새 경제팀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 "사람 중심의 일자리, 소득 중심의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이끄는 김진표 위원장은 23일 "문재인정부 경제사회 정책의 가장 큰 흐름을 형성할 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소득주도 성장은 문 대통령 지론이다. 출발점은 일자리다. 일자리가 늘면 가계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내수가 살아나고, 내수가 살면 성장도 살아나는 선순환이 목표다.
필요성은 인정하고도 남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한 나라로 분류된다. 수십년 성장일변도 정책이 낳은 후유증이다.

우리만 소득주도 성장에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니다. 북유럽 핀란드는 기본소득제를 놓고 실험 중이다. 다양한 실업관련 예산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게 목표다. 실험은 내년 말까지 2년간 진행된다. 이웃 일본도 가계소득을 높이려 기업을 대놓고 압박한다. 정부가 마치 노조처럼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조른다 해서 '관제춘투'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그 덕에 일본 직장인들의 가계소득이 껑충 뛰었다는 통계도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소득 증가가 내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고대한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최저임금이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년 전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사민당이 요구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영국은 최저생계비에 품위유지비까지 더한 생활임금제를 시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세계적인 흐름과 일치한다.

다만 우리는 새 정부에 신중한 대응을 당부한다. 문재인표 성장전략은 한국 경제가 가보지 못한 길이다.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래서 첫걸음이 중요하다. 먼 길 떠나려면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어설프게 떠났다간 제 풀에 주저앉기 십상이다.

다행히 한국엔 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일본이 있다. 아베식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기업 중에서도 일부는 임금인상을 종용하는 아베 총리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큰 틀에서 아베노믹스를 지지한다. 아베 총리가 기업에 충분한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엔저, 규제완화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노무현정부가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문재인정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야당과 협치만큼 재계와 협치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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