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해성 평가조직 EU수준 확대 ‘제2 가습기살균제’ 뿌리 뽑는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7:29

수정 2017.05.24 17:29

새 정부, 화학물질 관리 ‘EU 벤치마킹’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 담당조직 확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EU 수준이면 현재보다 조직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물질은 국내에서만 수백만t이 유통 중이고, 화학물질 수도 해마다 늘고 있지만 유해성을 평가하는 전문인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후 화학물질 유해성을 평가하는 담당조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화학물질 유해성을 평가하는 기관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화학물질등록평가팀 중 유해성평가연구과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유해화학물질의 환경위해 여부를 연구 평가한다.
구체적으론 환경오염물질의 환경 내 노출 및 거동평가, 환경독성 및 인체건강영향독성 시험, 새로운 독성시험법 및 대체시험법 개발, 제조 나노물질과 제품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 등이 주요 업무다.

그러나 인원은 25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화학물질등록평가 인원이 1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위해성을 평가하는 인원은 12명뿐이다.

반면 환경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14년 화학물질 통계조사'를 보면 그해 2만2661개 사업장에서 1만6150종의 화학물질이 4억9693만t 유통됐다. 이 가운데 유해화학물질은 7.9%인 3950만t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5480만t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과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그중 하나가 이처럼 열악한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담당기관을 확대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유럽의 화학물질청(ECHA.에카) 벤치마킹을 검토하고 있다.

에카는 2012년 6월 기준 화학물질 위해성 관리인원만 50명이다. 여기다 살생물제 '바이오사이드' 관리 19명까지 포함하면 69명으로 늘어난다. 단순 수치비교하면 우리보다 4배 이상 많은 셈이다.

에카는 또 우리나라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보다 강한 화학물질규제(REACH.리치) 제도를 2007년부터 도입하고 있다.

다만 에카가 EU 전체를 담당하는 등 우리와 다른 요소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공무원 조직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에 조직보강을 요청할 방침이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22일 시민환경연구소가 주최한 '새 정부 환경·에너지정책의 방향과 과제' 포럼에서 "환경부의 담당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화학물질 관리 체계가 아무리 선진화된다고 해도 그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며 "법령을 철저히 갖춘다 해도 이를 이행할 인적 기반이 없다면 사상누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문평가 기관을 창설한 뒤 확보된 인력이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체도 환경·보건·안전 부서의 역할을 키워서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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