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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경부고속도로의 '통행차별'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9 17:26

수정 2017.05.29 17:26

[윤중로] 경부고속도로의 '통행차별'

지난 주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지방 나들이를 다녀왔다. 매번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요금소 진입 시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동일한 요금을 내고도 하이패스 이용 차량에 비해 일반 차량이 차별대우를 받는 느낌이다. 고속도로 요금소 입구에 들어서면 하이패스 차량은 도로 바닥에 진한 파란색으로 주행안내를 해주는 데다, 접근하기 좋은 차선으로 연결돼 있다. 일반 차량은 고속도로 요금소에 들어서면 짧은 시간 안에 파란색 하이패스 주행안내를 피하는 동시에, 쫓기듯이 일반차량 정산통로를 찾아 두리번거려야 한다. 자칫 차선변경을 못하거나 엉뚱한 차선으로 들어서 사고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어쩌랴. 대세인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착하지 않은 본인을 탓할 수밖에.

이번 지방 나들이에선 하이패스에 더해 마뜩잖은 일이 하나 늘었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 들어섰다. 정산소 요금표시판엔 1만300원이 표시됐다. 지갑을 열었다. 아뿔사. 현금이 3000원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체크카드를 요금소 여직원에게 건넸다. 그러나 여직원은 "카드결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여직원에게 "현금이 없는데 카드로 결제가 안되면 어떡하냐"고 되물었다. 여직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카드결제는 안되니, 교통카드는 없느냐"였다. 다행히 교통카드가 있어 엉겁결에 요금정산을 마쳤다. 요금소를 통과해 집으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현금 없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안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맴돌았다. 이해하긴 힘든 일이었다. 택시요금도 카드결제가 되는 세상이다. 하루 수백만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고속도로에서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집에 돌아와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아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고속도로 통행료도 카드결제 시행'이라는 기사를 찾았다. 눈을 의심했다. 어찌 된 일인가. 고속도로 요금소 여직원의 실수였나. 아니면 기사가 오보인가. 결국 한국도로공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카드만 고속도로 통행료 결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교통카드 기능이 없는 카드의 경우 결제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된다는 게 도로공사측 해명이었다. 택시에서 카드결제하는 시간은 통상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 정도 시간이면 현금을 준 뒤, 잔돈을 받는 시간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소수의 고속도로 이용 고객 입장도 배려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47년째 통행료를 받아온 경부고속도로는 새 정부 들어 무료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속도로 요금을 현실에 맞게 인하하고 단계를 밟아 무료화로 가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언젠가 경부고속도로에서 전면 카드결제는 물론, 전면 무료화도 실현되길 바란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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