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고교학점제로 달라진 교실..."과목 선택에 참여활발, 교원확보.출결관리 과제"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30 14:29

수정 2017.05.30 14:29

#1. 인천 신현고에는 지난해 스페인어 수업이 개설됐다. 학생들에게 선택 교과 가운데 듣고 싶은 수업을 조사한 결과, 스페인어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 수요조사에 따라 해당 교사를 채용, 스페인어 수업을 개설해 2년째 운영중이다.

#2. 서울 마포고에는 로봇기초 수업이 지난해 2학기에 이어 올 1학기에도 운영중이다. 인근 학교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중이며 지난 학기에 비해 수강생이 5명 늘어 20명이다. 로봇에 대해 흥미를 가진 학생들이 늘면서 해당 수업 참여가 활발해졌다.


이들 고교 수업의 공통점은 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다는 점이다. 최근 새 정부가 고등학교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 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수업 방식에 관심이 늘고 있다. 학교 간 혹은 학교 내에서 수업을 선택해 수강하는 것으로, 이 같은 교과수업을 운영중인 학교들은 학생들 만족도가 높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교원 확보와 수업 여건 등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형태의 고교학점제 운영 학교는 아직 없지만 많은 과목을 개방해 교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이동 수업이 이뤄지는 고등학교가 서울시내에만 50곳이 넘는다.

■다양한 수업기회 '긍정적'
서울시교육청에서 고교학점제 TF를 운영중인 임유원 위원장(상봉중 교장)은 “지난해 말부터 교육부 차원에서 학교맞춤형 고교 활성화 교육을 통해 고교학점제에 대한 총괄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며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 정비 등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돼야해 현재는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들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형 수업이 이뤄지면서 운영 여건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선 교원수급이나 교실여건 등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다.

지난해 2학기에 이어 올 1학기에도 인근 학교들과 연합형으로 수업을 진행중인 한 고교는 학사일정과 업무 부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학교 교사는 “다양한 수업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업무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하다 보니 시험기간 등이 학교별로 달라 학사일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3년 학급 대신 교과목 중심 수업을 시작해 2015년부터 대부분 과목을 교과목 중심 수업으로 하고 있는 인천의 한 교고는 교원 수급을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이 학교 교감은 “매년 9월께 학생들에게 듣고 싶은 수업 수요조사를 하는데 해당 수업 개설은 학생수요와 함께 해당 교사, 교실 등 3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라며 “실제 프랑스어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교사 충원 문제 때문에 개설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선택형 수업이 입시와도 연결돼 자연스럽게 고교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고교시기가 대입을 준비하는 기간인만큼 선택적으로 듣는 수업이 입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자칫 입시위주 교과만 선택하는 쏠림현상이나 교사들이 수업 연구 시간이 줄어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적이나 출결 혼란은 없을까. 서울시교육청의 개방연합형 선택 교육과정 편성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의 초기 형태인 개방연합형 교육과정에서 성적은 수행평가와 지필고사를 절반씩 하고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해 정규교육과정으로 성적 처리한다. 원점수와 과목평균점수, 표준편차 등을 기록하지만 석차는 제외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입력해 공문으로 발송,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등재한다.

■입시위주 교과 쏠림현상 경계해야
각 교육청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종합학교생활기록부 전형 등에 활용할 수 있고 석차 부담이 적다는 평가다.

출석은 3분의 2를 출석하면 인정해주되 출결관련 공문은 3년동안 보관한다.
아직 방과후학교로 운영중인 수업이 많아 무단결석 3차례 이상 등 결석이 상한선을 넘으면 수강을 취소하면 되지만 모든 교과목에 적용할 경우 관리에 대한 과제가 남는다.

예산 지원 역시 체험활동비와 교재 및 교과서, 재료 구입비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 지원하되 업무추진비는 교부액의 3.5% 이내에서 별도 편성하고 지역사회시설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거점이나 개방, 연합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과목을 선택하는 수업을 운영중"이라며 "아직 고교학점제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유사한 학교는 관련 업무 매뉴얼에 따라 출결이나 성적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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