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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4대강 수문 꼭 지금 열어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30 17:05

수정 2017.05.30 17:05

"모내기 어쩌나" 농민들 불안.. 가뭄 지나고 열어도 안 늦어
최악의 봄 가뭄에 전국의 들판도, 농민 마음도 타들어간다.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161㎜로 평년의 56%에 그쳤고 평균 저수율도 61%로 평년의 75%에 턱없이 못미친다. 경기.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모내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 강정고령보(낙동강), 공주보(금강)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이후 1주일 만에 나온 후속조치다. 정부는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을 주지않는 수준에서 개방수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수위가 가장 높은 강정고령보가 1.25m, 수위가 8.75m인 공주보는 0.2m씩 낮아진다.

정부의 조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문을 개방하면 수위가 낮아져 수량 확보가 어려워지고 농업용수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환경단체들 또한 물을 찔끔찔끔 흘려보내면 녹조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결국 어정쩡한 수문개방 때문에 가뭄 대처와 수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고 아까운 물만 낭비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물을 쓰는 공주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양수장 취수구 높이가 8.5m인데 보를 열면 조만간 취수구가 수면으로 드러나 취수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다른 지역 농민들도 "가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데 보에 저장된 물을 대책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느냐"고 호소한다. 정부는 취수에 영향이 없는 수위, 즉 '양수 제약 수위'를 철저히 지키겠다고 했지만 농민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물론 수자원 문제와 관련해 수질 보호와 수량 확보는 늘상 충돌하는 가치다. 정부가 이런 절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부도 일단 농사철이 끝나는 10월부터 2단계 개방계획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봄 가뭄에 전국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 실효성도 없는 수문 개방을 서둘러 실시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우선 가뭄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가뭄이 얼마나,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문부터 여는 것은 성급하다.
수문 개방은 용수공급, 생태계 영향 및 수질문제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조사와 종합적 검토가 이뤄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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