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노동개혁 없이 일자리 나올까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 일자리 만들기에 정권의 사활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첫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라고 했다. 취임 2주 뒤인 지난 24일엔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비슷한 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3대 노조 대표와 8개 경제단체 대표를 일일이 만나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8시간 넘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두 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방식은 차이가 크다. 프랑스는 문재인정부와 비슷한 방향의 공공 일자리 늘리기를 먼저 시행했다 처참하게 실패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개혁으로 방향을 튼 이유다. 방만한 공공부문 일자리 12만개를 없애 아낀 돈으로 신산업에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문재인정부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문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김진표 위원장은 지난주 "문재인정부의 경제.사회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득 주도 성장이다. 성장과 고용,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삼각형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때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고용과 복지라는 두 축으로 성장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말한 트라이앵글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빠진 반쪽짜리다. 덴마크는 황금삼각형(노동-복지-적극고용을 통한 성장) 모델의 원조다. 덴마크는 1980년대 연평균 1.9%대의 낮은 성장률로 시름하다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고 실업수당과 재취업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끌어올린 뒤 가계소득을 높여 성장을 유도했다. 덕분에 덴마크는 1990년대 중후반에는 3%대 성장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백번 옳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김대중정부의 파견근로자보호법이 그랬고, 노무현정부가 만든 비정규직보호법은 되레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등 정부 주도의 일자리 대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요즘 일본은 사람이 없어서 못 뽑을 만큼 취업시장이 호황이지만 임금은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괜찮은 고임금 일자리가 질 나쁜 저임금 일자리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나라의 해법은 다 비슷하다.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게 규제를 풀고, 경제여건 변화에 맞게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간다. 문 대통령은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았다. 경쟁도 안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이 수두룩한데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며 방만경영을 부추긴다.

최근 방한한 앤 크루거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일자리 확대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노동개혁 같은 정책적인 측면에 힘을 기울이라"고 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듯이 기업 등 모든 조직도 마찬가지다. 덩치에 맞지 않게 몸무게가 불었다면 다이어트(노동시장 유연화)를 해야 한다. 새 정부는 큰 틀에서 일자리 정책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