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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새 정부 탈원전 정책 우려 새겨 들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17:26

수정 2017.06.01 17:26

전문가 200명 비판 성명 방향 맞지만 너무 서둘러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문재인정부의 탈(脫)석탄화력.원자력발전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에 소속된 교수 200여명은 1일 "문 대통령의 원전 공약 이행 과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여론을 수렴해 에너지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식인들이 정권 초 성명까지 발표하며 정부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소수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에 에너지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하는 조치는 원자력 업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가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다. 실제 국정위 경제2분과 이개호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원전 중심 에너지정책을 폐기하라고 주문했다. 번지수가 틀려도 너무 틀렸다.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 운영을 책임진 기관이다. 향후 에너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이 돼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현재 2%대인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40년 뒤에는 원전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취임 1주일 만에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임기 내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18일부터는 고리원전 1호기 가동도 영구 정지된다. 전력 수요는 해마다 4% 넘게 늘어나는데 공급을 줄이면 2011년 9.15 대정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발전원가가 싸서 기저발전으로 불리는 원전과 석탄화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데는 현실적 장애가 많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엊그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게 그렇다. 신고리 5.6호기는 28%의 공정률로 1조5000억원 넘는 예산이 들어간 데다 매몰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탈원전.석탄발전은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원의 70%를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화력을 단시간에 바꿀 수는 없다. 늘어나는 전기료 부담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에너지 다소비구조도 바꿔야 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유수입 중단 등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봐야 한다. 결국은 속도의 문제다.
정부가 2년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15년 동안 필요한 전력량을 예측해 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두를 일이 하나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우선순위를 가려 차근차근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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