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파리기후협정' 탈퇴는 자충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19:39

수정 2017.06.01 22:07

해외 무역분쟁 위험 가중 화석연료기업까지 반대
협정 목표 달성 불투명해 개도국 도미노 탈퇴 우려도
美 '파리기후협정' 탈퇴는 자충수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후폭풍에 미국 전체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재계는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우려감을 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탈퇴가 다른 국가들의 추가이탈을 불러와 반온난화 전선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배출량 감축 의무에서 벗어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다른 무역 당사국들은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분쟁 가능성도 적극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파리협정에 관한 내 결정을 목요일(6월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새벽 4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발표하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올렸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파리협약 탈퇴로 트럼프 대통령이 얻을 득은 거의 없고 실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CNBC와 인터뷰에서 파리협약 탈퇴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을지 몰라도 자신이 내세운 화석연료 산업 부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인 우드맥킨지의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책임자인 폴 맥코널은 파리협약 탈퇴가 화석연료 수요 증가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 풍부한 천연가스, 전기차 및 스마트그리드 부상이 석탄과 석유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파리협약 협상 테이블에서 빠진다면 청정석탄 기술 등에 필요한 투자가 풍력 및 태양광 투자에 밀릴 수 있어 미 화석연료 산업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가 다른 무역대상국과 분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극 제기되는 상황이다. 파리협약 탈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 미 기업들에 대해 배출 감축 의무를 이행하는 국가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크 포리스터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회장은 일부 외교 관료들이 최근 미국 상품에 대한 '탄소관세' 부과 전망을 높이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불법이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전략분석업체 스트랫포의 과학기술 부문 애널리스트인 레베카 켈러는 미 일부 산업에 대한 선별관세 부과에 대한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재계는 이날 파리협약 탈퇴에 강력 반발했다. 파리협약 탈퇴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파리협약 탈퇴가 결정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25개 기업의 참여로 만들어진 신문 전면 광고도 1일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릴 예정이다

■"美, 득보다 실 많아"

이런 가운데 스콧 프루잇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올해초 부임 직후부터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탈퇴 방식 등 세부 내용을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대선 공약으로 파리협약 탈퇴를 내건 바 있다. 기후협정이 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며 자신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도 약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예고에도 세계 정상들은 미국 없이도 협정을 이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미국의 탈퇴로 불거질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양국은 오는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서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빠지면 협정의 의미는 물론 실효성마저도 크게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의 불참속에 다른 국가들이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있고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탈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협정 탈퇴시 파리협정의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이 빠질 경우 최종 목표 달성이 힘들 것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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