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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100대 골프코스]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장, 태평양을 향해 티샷..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20:16

수정 2017.06.01 21:31

(27)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장
‘백상어’ 그렉 노먼이 설계한 자연 그대로의 골프 천국
열대우림에서 시작해 해안절벽 따라 3개홀 연결.. 절벽 꼭대기의 티잉그라운드
눈앞에 펼쳐진 경관만으로도 일상의 번뇌가 순식간에 사라져
열대 원시림 사이로 에메랄드빛 남태평양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골프앤리조트. 그렉 노먼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설계한 이 골프장은 총 36홀로 전세계 골퍼들이 즐겨 찾는 투어 명소다.
열대 원시림 사이로 에메랄드빛 남태평양 바다가 한 눈에 조망되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골프앤리조트. 그렉 노먼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설계한 이 골프장은 총 36홀로 전세계 골퍼들이 즐겨 찾는 투어 명소다.

지구상 최고의 골프 파라다이스는 어디일까.

개인적 취향에 따라 평가는 각양각색으로 갈리겠지만 그중 남태평양의 작은 섬 사이판에 대한 평판이 만만치 않다. 최고봉 타포차우산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반의 반 크기인 사이판은 인천공항에서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미국령이다. 정식 국가명은 북마리아나제도연방이다. 이곳은 사이판을 비롯해 티니안, 로타 등 총 16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사이판의 가장 큰 장점은 원시림과 맑은 공기다. 이곳에는 공장은 하나도 없고 1차산업과 3차산업만 존재한다. 사이판 국제공항에 내리면 공기부터 서울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하늘이 깨끗하고 공기가 맑으니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사이판에는 모두 9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골프관광객이 찾는 인기 코스는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다.

라오라오만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이스트코스 18홀(파72.6355야드)과 웨스트코스 18홀(파72.7025야드)로 조성된 사이판 유일의 36홀 골프장이다. 코스는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이 주변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려 설계했다. 코스 내에 5성급 리조트호텔이 있어 가족 단위 휴양지로 제격이다. 사시사철 온화한 열대기후 속에서 산호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감상하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청정지역에서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정글투어 등 다채로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인기 요인이다.

라오라오베이 골프코스의 해안절벽을 따라 펼쳐지는 이스트코스 5번(파4), 6번(파3), 7번홀(파4)은 세계적인 베스트 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땅 어디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코스로서 오직 사이판 캉만 포인트에서만 만들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다.

이스트코스의 처음은 열대우림에서 시작된다. 라오라오에서 가장 긴 파5홀인 2번과 3번홀을 연거푸 지나면 짧은 4번홀(파3)이 나오고 다시 카트 도로를 길게 지나면 울창한 밀림지대가 사라지고 넓디넓은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꽉 막혔던 것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와 바다의 싱그러운 향기,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가져오는 오감만족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절벽 꼭대기에 자리잡은 5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흥분이 밀려온다. 저만치 발 아래로 손바닥 크기만 한 페어웨이가 밀림 사이사이로 얼굴을 살짝 내민다. 워낙 넓은 바다의 한쪽 귀퉁이에 있는 페어웨이라 크기는 더욱 작게 느껴진다.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밀림 그리고 가운데 자리잡은 좁다란 페어웨이, 마음이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고수들은 고민하지 않고 아이언을 빼든다.

절벽 아래로 안전하게 볼을 보낸 뒤 두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물론 장타자라면 원온도 시도해볼 만하다. 하지만 설령 온그린에 성공하더라도 자칫 볼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리하지 않는 게 낫다.

6번홀은 절벽에서 절벽으로 티샷을 날려야 하는 홀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굉음이 엄청나다. 남태평양의 파도가 캉만포인트를 두들기는 소리다.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회오리바람이 절벽 사이로 솟아오르는데 이 바람에 볼이 휘말리면 가랑잎처럼 속수무책으로 날아가버린다. 펀치샷이 바람직하지만 그린이 좁고 가느다라서 자칫 넘어갈 수 있다. 다시 말해 남태평양으로 사라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홀에서 파도가 치는 순간과 회오리바람의 방향, 탄도와 거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볼이 사라진들 어떠랴. 눈앞에 펼쳐진 파노라마를 감상하다보면 일상의 번뇌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7번홀도 바다를 넘겨서 티샷을 날려야 하는 홀이다. 티잉그라운드가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데 볼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난감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페어웨이가 좁기 때문이다. 왼쪽 절벽이 무서워 눈에 들어오는 페어웨이 오른쪽을 겨냥하기 십상인데 그랬다간 큰 낭패가 불가피하다. 그곳은 8번홀 페어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왼쪽 절벽을 겨냥할 수도 없다. 티샷 거리가 짧다면 오른쪽, 티샷 거리가 길다면 왼쪽 절벽으로 샷을 날리는 게 효과적이다.

비거리가 길다고 허풍을 떨었다간 볼은 영락없이 남태평양행이다. 만약 절벽을 간신히 넘겼더라도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볼이 살아 있는 것에 만족하는 게 속 편하다. 절벽 위로 잡목들이 빼곡하게 우거져 있어 탈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장애물을 한꺼번에 훌쩍 뛰어넘는 티샷을 날려야 한다. 그러면 페어웨이에서 주인님을 기다리는 볼을 만날 수 있다.

웨스트코스의 풍광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라오라오베이 해안선에 붙어 있는 6개의 홀은 비경의 극치다. 절벽 위에서 코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 와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전체적인 전장이 짧아 동쪽을 향해 샷을 날리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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