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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이 공연]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20:24

수정 2017.06.01 20:24

7개국어에 능통한 엘리트 밀사 이위종 열사의 생애를 노래하다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장면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장면

1887년생 이위종 열사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첫 코스모폴리탄이 아니었을까 싶다. 구한말 고종의 신임을 받았던 아버지 이범진이 그가 여덟살이던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중국 상하이로, 미국 워싱턴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공사로 다니며 일제의 눈을 피할 때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가 원했던 삶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유학생 신분으로 새로운 언어와 신문물을 접하며 조선인 최초로 7개국어에 능통한 엘리트가 된다.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도 그의 삶을 표면적으로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속은 어땠을까.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모던보이의 삶에도 지울 수 없는 망국의 트라우마는 그를 계속 우울의 나락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그러던 그가 스무살이 되던 1907년, 조국의 밀명을 받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서 이상설과 이준을 도와 참서관으로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열강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 이 헤이그 특사로 임명되면서 이위종 열사의 삶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서울시뮤지컬단의 2017년 신작 '밀사-숨겨진 뜻'은 바로 이런 이위종 열사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그동안 이위종 열사의 삶은 당시 헤이그 특사에 같이 파견된 이상설 열사와 이준 열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탄생 130주년을 맞이하면서 서울시뮤지컬단은 이위종 열사의 생애를 되돌아보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자료도 미미한 가운데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극을 구성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극의 전반부는 이위종 열사의 어릴 때부터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기까지의 삶을 고증하듯 세세하게 설명한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청년 이위종이 겪었을 정신적 트라우마 등을 상상력을 더해 표현하고자 했다.

또 비극적인 극에 활기를 더하기 위해 유학생으로서의 화려한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설명이 극에 대한 몰입도를 오히려 떨어뜨리기도 해 아쉽다. 인물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면서 극의 클라이막스인 헤이그 특사 활동 장면이 도드라지지 못한 것도 옥에 티다.
또 각 넘버들의 장황한 가사도 조금은 더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연은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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