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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안아키' 논란을 보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2 17:14

수정 2017.06.02 17:14

[여의도에서] '안아키' 논란을 보며

최근 한 한의사가 만든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인터넷 커뮤니티 '안아키'는 극단적인 자연주의 육아방식을 고집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필수 예방접종도 맞히지 말라" "화상을 입으면 온찜질을 하고 햇볕을 쬐어줘라" "배탈.설사 등엔 숯가루를 먹이면 된다" "아토피는 긁어내라" "열나도 해열제를 먹이지 마라" 등이다.

특히 최근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아이가 피부를 긁어도 놔두라는 안아키 치료법을 따랐다가 아이 얼굴에 온통 피딱지가 앉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아동학대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 시민모임'은 지난 5월 16일 안아키 운영자인 대구의 한의원 원장 김모씨와 회원 등 70여명을 경찰청에 신고했다. 현재 카페는 폐쇄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안아키를 따르던 부모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한 네티즌은 "백신은 본인만 해당 질병에 안 걸리 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수백 수천만 사람들에게 질병을 안 퍼트리게 하는 것"이라며 "다른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을 함께 다닐 텐데, 자신의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이를 두고 아동학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학대하기 위해 안아키를 추종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들은 아이들을 더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의사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카페에 가입해 이것저것 물어봤던 것이다. 환자가 밀려 있는 병원에서 궁금한 점을 꼬치꼬치 캐묻기가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아토피 환자의 부모는 "아이가 아토피였는데 7개월 동안 병원에서 처방하는 별 방법을 써도 차도가 없었다"며 "하지만 병원에서 왜 안 낫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자연치유 등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카페에서는 아이의 증상에 대해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안아키와 같은 자연치유에 대한 맹신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올 초에는 자연치유원에서 단식과 소금물 관장 시술을 받다가 다섯살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본지 4월 6일자). 다섯살짜리 아이는 4년째 소아암인 신경모세포종과 싸웠지만 골수, 장기에까지 전이돼 악화된 상태였다. 이 상태가 되면 병원에서도 해줄 게 없다. 이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연치유원을 찾았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집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병원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의료기관 접근이 쉽다. 하지만 의사가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에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물어볼 시간이 없다.
이 때문에 동네 주치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네 주치의가 있으면 시시콜콜한 건강상담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안아키 논란이 동네 의료기관의 역할을 다시 한번 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차장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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