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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반쪽짜리 성과보수제 공모펀드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4 16:56

수정 2017.06.04 16:56

[차장칼럼] 반쪽짜리 성과보수제 공모펀드

"주식형 공모펀드의 신뢰 회복을 이끈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하네요. 정작 주식형 액티브펀드의 성과보수 공모형은 현재 나올 수 없고, 판매 보수 역시 그대로이니…."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성과보수제 공모형 펀드가 지난 1일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으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당국은 운용사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이달부터 출시되는 공모펀드에도 사모펀드처럼 성과보수제를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도 투자자에게 사전에 정한 운용보수(연평균 0.50%)를 꼬박꼬박 챙겨온 운용사들은 절대수익률 3~4% 미만을 넘지 못하면 운용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번 제도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일 삼성, 미래에셋, 신한BNPP, 트러스톤운용 등 각 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성과보수 공모형 신상품엔 전통 액티브 주식형 펀드 유형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다수 운용사는 주식을 비롯, 채권 등 혼합형을 추구하거나 글로벌 인컴 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로 신상 리스트를 꾸렸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성과보수제 공모펀드가 활성화되려면 판매사들의 완벽한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인데, 현재까지 벤치마크 수익률을 초과해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할 때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액티브 주식형에 대한 성과보수를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정작 주식형펀드의 손실을 만회하고 투자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성과보수를 도입하자는 당국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절대수익형 유형은 기존 헤지펀드들의 성과보수형을 도입하면서 펀드 수탁사 등이 갖춰 놓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벤치마크를 이겨야 하는 액티브 주식형의 경우 성과보수 계산을 도입해 운용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작 판매사들의 보수엔 손을 대지 못한 당국의 처사에도 비난이 쏟아진다.

A운용사 관계자는 "고객과 소통해 펀드를 직접 파는 판매사들의 보수도 조정돼야 진정한 성과보수제 펀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펀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당국의 취지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제도 시행을 앞당긴 건 아닌지 당국 스스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지만 연초 이후 주식형 펀드는 6조원 넘는 환매자금이 몰리고 있다.
성과보수제 공모펀드가 펀드시장 부흥을 이끌어 줄 촉매제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부터 성과보수 공모제 펀드를 도입해 운영하는 선진국의 경우 그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제도가 '찻잔 속 태풍'으로만 그치지 않고 침체된 펀드시장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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