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文정부서 입 닫고 자세 낮추기… 경제단체 수난시대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4 17:37

수정 2017.06.04 17:37

전경련 국정농단 공범 원죄.. 경총 비정규직 靑 눈치보기반기업정책 항변 창구 실종
문재인정부 초기 경제단체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80%를 훌쩍 웃돌면서 경제단체들은 할 말도 일단 보류하는 등 최대한 이견을 자제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며 대관 조직을 없앤 기업들은 내부적으로는 물론 경제단체를 통한 외부적 발언 창구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새 정부 초기 경제단체들이 최대한 자세를 낮추며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경제단체 '큰형' 격이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찍이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도운 '공범'으로 몰리며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200명을 훌쩍 넘던 전경련은 최근 환골탈태를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70여명이 희망퇴직했다.
남은 임직원도 20~40%의 임금삭감이 이뤄졌다. 전경련은 새 정부의 제1 국정과제인 컨트롤타워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위기는 끊나지 않았다. 국내 4대 그룹과 다수 공기업의 탈퇴로 회비는 70% 이상 깎였고, 전경련의 핵심 수입인 임대사업에서도 입주기업들이 잇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살림살이는 더 궁핍해지고 있다.

몇달간 전경련을 대신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재계 스피커' 역할을 했지만, 긴장된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경총은 얼마전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를 냈다가 청와대와 여당의 '3단 경고' 앞에 납작 엎드렸다. 이달 발간이 예정됐던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자 발간도 정책에 반대한다는 오해를 살까봐 일단 보류했다.

그나마 분위기가 나은 곳은 대한상공회의소다. 대한상의는 대선 전부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초청강연을 진행하는 등 관계 설정에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도 "대한상의가 건설적인 경제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향후 반기업 정책에 대해 확실한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점점 사라져 간다는 데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 국회를 중개하던 경제단체와 자체 대관 조직의 역할이 크게 쪼그라들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정부가 대승적인 자세로 재계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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