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가뭄, 슬기롭게 이겨내려면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7 17:10

수정 2017.06.07 21:50

[특별기고] 가뭄, 슬기롭게 이겨내려면

모내기 철을 넘긴 요즘 가뭄 때문에 농민들 마음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본격적인 영농 철로 접어든 6월 초순까지 겨우 평년의 30% 수준의 비가 내렸고, 기온은 한여름만큼 덥다. 고온에 마른 바람까지 불어 뿌리가 뻗는 표토의 수분이 끊임없이 공기 속으로 증발되고 있다. 특히 전남, 경북, 경기 등 최근까지 비가 현저히 부족했던 지역은 흙속의 물 저장량이 매우 적다. 이런 지역은 전국 시·군의 35%에 달해 이미 봄부터 밭 가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의 기후 패턴을 보면 이상기상의 심화로 폭우와 가뭄이 매년 반복적으로 오고 가뭄은 최근에 더 기록적이다.
가뭄이 들면 먹을 물조차도 귀했던 옛날, 할머니들은 달랑 호미 한 자루를 들고 밭으로 나가셨다. 먼지를 펄펄 날리며 흙을 긁고 풀을 뽑았다. 여기에는 현대 토양물리학에 의해 밝혀진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딱딱하지만 흙덩이에는 무수한 관이 연결돼 있다. 아주 깊은 곳까지 머리털보다도 가는 모세관이 아래위로 연결돼 있어, 물은 그 관을 통해서 계속 증발되고 있다. 할머니의 호미질은 이 관을 깨뜨려 연결을 끊어줌으로써 쓸데없는 증발을 막아주었던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매주 토양 유효수분율을 분석하고 밭 가뭄 정도를 예측해 '농사로(www.nongsaro.go.kr)'의 주간 농사정보 코너에 올려 유관기관과 농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토양 중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수분총량을 기준으로 현재의 수분량을 '토양 유효수분율'로 하여 45%보다 적을 경우 가뭄으로 판단,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유효수분율이 45~15%에서는'주의', 45~15%이면서 10일 이상 지속은 '심함', 15% 이하는'매우 심함'이다.

이와 병행해서 농촌진흥청은 농작물의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처방을 내려주고 있다. 염 농도가 높아 모내기가 늦어지는 간척지와 자연 강우에 의존하는 천수답 등 물이 부족한 논에서는 최대한 늦모내기를 하도록 한다. 마른논에 파종할 경우에는 씨 뿌리는 양을 10a당 10㎏ 정도로 늘린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6일부터 '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해 지역별 가뭄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가뭄 상황에 대응한 기술보급과 현장기술지원을 확대해 피해예방에 나서고 있다. 또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내한성(耐旱性·가뭄에 견디는 정도)이 강한 품종을 육성해왔다.
몇 년 전에 육성된 '선풍'(2013년), '참올'(2011년) 이라는 콩 품종은 이러한 내한발성 검정체계를 통해 선발된 것으로 다른 품종에 비해 가뭄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작물이 가뭄에 잘 견딜 수 있게 하려면 토양에 퇴비를 많이 넣어 주어 토양 수분 함량을 늘려야 한다.
녹비재배를 이용해 빗물이 토양에 잘 스며들게 하면 토양의 물리성과 화학적 성질도 좋게 되어 일석 4, 5조의 효과가 있다. 매년 발생하는 불청객인 가뭄을 올해도 슬기롭게 이기자.

허건량 농촌진흥청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