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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소득 주도 성장의 허와 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7 17:10

수정 2017.06.07 17:10

[fn논단] 소득 주도 성장의 허와 실

대표적인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의 2016년도의 1인당 GDP는 4만9824달러인 반면 한국은 2만9115달러로 스웨덴은 한국보다 1.7배 높다. 그러나 스웨덴이 한국보다 그만큼 잘살까? 그렇지 않다.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스웨덴은 5만2915달러인데 한국은 3만9857달러로 1.3배 정도 높을 뿐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일본은 4만2779달러, 영국은 4만5093달러로 한국보다 조금 높을 뿐이고, 이탈리아는 우리나라보다 낮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스웨덴, 일본과 같은 나라를 여행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듯이 이들 국가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공산품 가격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서비스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서비스는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임금이 높은 나라는 서비스 가격도 비례해서 높고, 따라서 물가 수준도 높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최저임금을 높이고 적자재정을 통해 정부지출을 확대해서 국민의 소득 수준을 높여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스웨덴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사회를 궁극적으로 스웨덴 모형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가사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을 정부재정으로 창출하는 사회서비스 확대로 흡수함으로써 여성고용률도 대폭 높였다. GDP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사회화로 사회서비스 확대가 경제성장률을 높였을 뿐 아니라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는 합계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인구고령화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웨덴식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는 원래 영국의 베버리지경이 창안한 것이지만 영국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은 영국만 해도 인구 6443만명의 복잡한 대국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이론이 있다 해도 쉽게 안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자본주의 역사가 짧고 인구도 5000만명을 넘은 우리나라에서 스웨덴 모형을 바로 접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높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1차적으로 충격을 주고,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에 정착된다 하더라도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귀착되고 전반적 물가 수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스웨덴이 높은 임금과 물가 수준에도 경쟁력이 있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스웨덴의 경쟁력이 경제력 집중도 측면에서 우리나라 삼성보다도 훨씬 높은 거대 발렌베리 그룹에서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경제자유도가 상위권에 있는 것은 국가와 거대 기업집단이 상호 협력적임을 방증한다. 스웨덴 정부는 규제 혁파 등을 통해 더 높은 경제적 자유를 기업에 주고, 기업집단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고 세금과 일자리 그리고 사회적 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와의 통합에 기여한다.
이와 같은 시장에서 선순환 구조가 복지국가의 기초임을 간과해서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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