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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7:26

수정 2017.06.08 17:26

[여의나루]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2018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급 기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2017년 최저임금이 시급 6470원이니 앞으로 3년간 매년 15% 이상씩 인상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역대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무현정부 10.6%, 이명박정부 5.2%, 박근혜정부 7.4%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빈곤근로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빈곤근로자 비율이 25%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로빈곤층의 증가는 이들의 생활난과 근로동기 약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내수 기반을 무너뜨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경제 붕괴를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는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다. 대공황 직전 미국의 소득분배는 최악의 상태였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고갈되었고 내수기반이 붕괴되었다. 대공황 발발과 함께 미국의 공업생산은 절반으로 줄었고,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해 1932년 실업률이 35%로 치솟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1930년대에 대공황을 극복하고 전후 30여년간 장기성장을 누렸다. 이러한 경제의 대반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공황 이전과는 다른 경제전략, 즉 소득주도 성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공황과 실업에 대한 처방으로 시장원리를 신봉하는 당시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임금삭감을 제시했다. 임금이 인하되면 노동수요가 늘어나서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 에클스 의장의 처방은 달랐다. 이들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생산활동이 위축되어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침체되는 것은 구매력 고갈, 즉 유효수요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후버댐, 고속도로, 국립공원 등에 대한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지불함으로써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활동을 활성화시켰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고(1938년),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을 인상했다. 이러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제도개혁에 힘입어 전후 미국 경제는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안정성장을 했고 분배는 대공황 이전보다 훨씬 평등해졌다.

지금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미국 경제 황금기의 정책, 즉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이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은 중소영세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이 부문에 취업하고 있는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가능할까. 우선 정부가 구상하듯이 세제지원 등을 통해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더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을 근로장려세제(EITC)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목표로 매년 목표 인상치를 정하고,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지불능력 때문에 목표치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을 재정에서 근로장려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재정부담은 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완화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실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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