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정부와 국민 갈라놓은 국정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미래부인가. 미래부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고민한 (통신요금 인하)대안을 가져오지 않았다. 지금부터 경제2분과는 미래부 보고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

휴일 마감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취재기자가 문자 보고를 날렸다. 국정기획위원회 한 위원이 긴급 브리핑을 했단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이행할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며 미래창조과학부를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긴급 브리핑 기사에 따라붙는 댓글들이 무서울 정도다. 정부를 향한 불신, 욕설, 통신회사만 위한다는 비난….

네티즌들은 평소 정부에 대해 갖고 있던 불신을 국정기획위원회의 입을 통해 확인한 셈이 됐다.

'아! 이건 아닌데….'눈앞이 깜깜했다. 나야말로 누구를 위한 국정기획위인가 묻고 싶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란 걸 대통령은 알았던 게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정부에 국정기획위원회가 대놓고 흠집을 냈다. 국정기획위원회야 한달 남짓 활동하고 해산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부와 공무원들은 문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함께 정책을 풀어갈 수족이다. 그 정부조직을 말 한마디로 국민의 통신요금 인하를 막는 공적이라고 낙인찍어 버린 것이다.

1998년 정부 외화금고가 바닥났다. 금고를 채우기 위해 정부는 한국통신공사(현재 KT) 같은 알짜 공기업 주식을 팔기로 했다. 외국인들에게 KT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해외 투자가들이 두 번이나 KT 주식에 퇴짜를 놨다. 정부의 시장간섭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결국 정부는 해외 투자가들에게 통신시장 경쟁과 요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의 증거로 모든 법에서 정부의 통신시장 개입 조항을 없앴다. 그제서야 해외 투자가들은 2002년 정부가 갖고 있던 KT 주식을 사들였다.

이것이 정부가 통신요금을 직접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미래부를 몰아붙여 한달 안에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라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뒤에는?

통신사 앞잡이로 낙인 찍힌 미래부가 문 대통령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세우고 규제를 바꿔갈 수 있겠는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혁신산업을 위해 기존 산업 체계의 기득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대통령은 성공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은 또 행복할 기회를 잃는 것 아닌가.

이것이 국정기획위원회에 누구를 위한 국정기획위인지 묻고 싶은 이유다.

법률에도 없는 정책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정부와 국민을 갈라놓을 것이 아니라 5년간 차분히 정책을 풀어갈 수 있도록 설득하고 과제를 제시하는 게 국정기획위가 진짜 할 일 아닌가 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