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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자 증세보다 면세자 축소가 먼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7:26

수정 2017.06.08 17:26

근로자 절반 세금 안내는데 고소득자 증세할 명분 있나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추진된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재 40%에서 42%로 올리고,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넓히는 내용이다.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일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수 효과는 연간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복지나 국방비 재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말에도 38%에서 40%로 올랐다.

세법을 고칠 때는 세율과 세수 구조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신고대상 1733만명 중 810만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면세자 비율이 46.8%로 절반에 가깝다. 연소득 5000만~6000만원 소득자도 면세자 비율이 6.1%이며, 연봉 1억원 이상인 면세자도 1441명이나 됐다.

영국의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9%(2015년)이며 일본(15.4%·2014년), 독일(16.4%·2012년) 등도 우리보다 월등히 낮다. 이들이 면세자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서민보호 의지가 우리보다 박약해서가 아니다. 면세를 통해 저소득층에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보다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몇 배 더 가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는 납세의무를 다했다는 떳떳함과 자부심을 주고, 국가적으로도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인식한다.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 조세의 기본원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등' '공정' '정의' 실현을 강조했다. 새 정부는 이런 소득세 구조가 과연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안에 면세자 축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런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캠프에서도 면세자 축소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공약에서 제외됐다.

면세자 축소가 J노믹스의 이념인 양극화 해소와 충돌하지 않는다.
면세자 810만명에게 1인당 연간 10만원씩의 세금을 물리고 거기서 조성되는 8100억원을 복지 형태로 되돌려주면 된다. 새 정부는 면세자 축소를 당초 예정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부자증세는 그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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