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자본시장에 무관심한 문재인정부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7:30

수정 2017.06.08 17:30

[기자수첩] 자본시장에 무관심한 문재인정부

"그래도 코스피가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을 때는 대통령 축하 메시지라도 나올 줄 알았지만…."(한 자본시장 유관기관 관계자)

올해 증시는 모처럼 풍년을 맞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안정적 정권 교체로 뛰어넘자 코스피는 6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연일 연고점을 돌파하는 코스피 랠리에 자본시장은 모처럼 흥겨우면서도 내심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처럼 코스피 2000 시대 혹은 3000 시대를 열겠노라는 공언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본시장, 더 넓게는 금융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문재인 캠프가 발간한 공약집을 봐도 자본시장 발전 공약은 따로 없었다. 굳이 찾자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등을 지원하는 '삼세번 재기지원펀드' 조성 정도였다.
그마저도 금융당국의 역할보다 중기벤처부의 역할이 더 큰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이자 문재인정부가 사활을 거는 일자리위원회 당연직에도 금융위는 빠졌고, 이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합 업무보고가 3차례 진행되는 동안 금융위는 참석부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융위원장 인사도 감감무소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통합위원장 검토까지 흘러나왔지만 하마평 외에 진척은 없다. 문재인정부가 금융위의 임무로 부여한 가계부채와 상시 구조조정 개혁방안을 맡길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금융위가 인사에서도 소외됐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의 연고점 경신 세리머니에 대통령 축하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도 지나친 욕심이었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을 설계한 한 핵심 관계자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왜 보이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민을 하다 "자본시장은 잘되고 있고 우리는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와 달라야 한다"고 답을 했다.
코스닥은 소외돼 있고, 국내 증권사 53개의 자기자본을 합쳐도 미국 골드만삭스의 절반도 되지 못한다. 한국형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은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고, 파생상품시장은 규제 역풍으로 세계 11위로 추락해 있다.
자본, 금융시장에도 새 정부의 편견 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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