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통신요금 인하만이 '정답'일까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9:41

수정 2017.06.08 19:41

[특별기고] 통신요금 인하만이 '정답'일까

감기와 폐렴은 초기 증상이 비슷한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기침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보통 종합감기약을 먹기가 쉽다. 그러나 폐렴을 감기로 잘못 판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병세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아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을 정부 정책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통신요금을 줄인다는 취지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가계통신비 부담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가계통신비의 어떤 부분을 부담으로 느끼는지, 부담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효과적인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검토한 후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가정에 1대의 전화를 여러 가족구성원이 공유하는 집전화 시대가 있었다. 1990년대부터는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개인이 전화 한 대씩을 소유하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으로 개인의 사회.경제적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다. 향후에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융합된 서비스 단말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1:N의 초연결사회가 열릴 것이다.

또 몇 년 전만해도 휴대폰 사용이 음성통화 위주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TV를 보고, 게임을 하며, 음악을 감상하는 등 각종 문화생활을 즐긴다. 빨라진 데이터 속도만큼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이용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아울러 많은 국민들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2년 주기로 교체한다고 한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2년마다 새로 사들이는 셈이다. 이러한 문화콘텐츠 비용, 단말기 구입비용 등을 사람들은 고스란히 통신비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가계통신비가 더욱 과도한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한 각종 가전 제어에서부터 자율주행차 이용까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급증할 것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통신소비환경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신요금 부담 완화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민생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는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보다 시장경쟁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민들의 통신비 인하도 중요하지만, ICT 산업 진흥과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도 기본료를 폐지함으로써 알뜰폰 사업자나 유통업계, 통신 장비업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ICT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공약이라도 무조건적인 이행보다는 먼저 정확한 원인 파악과 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새 정부가 국민들이 가계통신비를 부담으로 느끼는 진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통신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한림대 산학협력단 연승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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