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회적 약자에게 법률적 '큰 우산'…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9:46

수정 2017.06.09 09:52

화우공익재단 '무료 공익소송' 앞장
10년 '섬 노예' 구제 발벗어.. 농장에 무료 손해배상 소송.. 쪽방촌 매달 2회 법률 상담
한센병 환자 강제 낙태 등 국가 손배 청구 승소 이끌어
법률상담.공익소송 이어 환경.보건문제 공익활동도
화우공익재단의 박영립 변호사가 소송 대리를 맡은 한센병 환자 청구 소송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화우공익재단의 박영립 변호사가 소송 대리를 맡은 한센병 환자 청구 소송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법률적 '큰 우산'…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소송은 꿈도 못 꿨는데 무료법률 상담을 통해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화우공익재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A씨는 보육원의 구타를 견딜 수 없어 1998년부터 서울역 인근을 전전하며 '길 위의 성자'로 지냈다.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가 A씨에게 섬에서 큰돈을 벌 기회를 제안했다. A씨는 이 말에 혹해 섬으로 향했다. 14세에 신안 섬으로 들어간 A씨는 이후 10년 동안 육지를 밟지 못했다. 농장에서 일했으나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고 '노예'에 걸맞은 생활이 반복됐다.

A씨는 자신이 일했던 농장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화우공익재단에 함보현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다. 이들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법무법인 화우가 월 2회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해 법률상담을 할 때다. 함 변호사는 "지난해 9월 A씨가 기초생활수급 신청이 가능하도록 요청하면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와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그의 '섬 노예' 생활을 직접 듣게 됐고 공익소송까지 준비하게 됐다. A씨와 함 변호사는 올해 초 소송을 준비하며 신안에 방문해 증거수집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도 소송 준비차 자주 만남을 갖는다고 전했다.

A씨는 "저희처럼 집 없는 사람들은 각자 사연이 많습니다. 가끔 오시는 변호사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털어놓다 보면 의도치 않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어 정말 감사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A씨는 함 변호사의 도움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한센병, 베트남 이주여성…공익 소송 연이어 승소

'법'은 삶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법조인'은 사회에 소외된 사람일수록 만나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법조계의 작은 도움만으로도 그들의 삶은 크게 바뀔 수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법률 전문가'라는 기치 아래 2014년 겨울 화우공익재단을 설립해 공익활동을 전개했다. 화우공익재단은 법률상담과 소송지원 등 법률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동자동 쪽방촌에 매달 2회 법률 상담을 하는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2003년 화우 내 봉사동아리로 시작한 공익활동은 2016년 제4회 변호사 공익대상 단체부문 대상을 받고 아시안리걸비즈니스(ALB)가 선정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리스트 2016'에 오르기도 했다.

화우공익재단은 공익소송에 유의미한 '실적'을 남겼다. 화우공익재단의 박영립 변호사는 한센병 환자에 대해 강제낙태와 단종(斷種.정관 절제)을 자행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승소했다. 해당 소송에서 고등법원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위자료가 1심보다 낮게 나왔다. 그러다 올 2월 대법원은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000만원,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000만원씩 배상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재 계류 중인 520여명의 같은 소송 5건 역시 박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이주여성의 혼인취소 소송에서도 대법원 파기환송을 이끌어냈다. 베트남 여성이 13살 때 성폭행을 당해 아들을 낳은 사실을 결혼한 한국 남성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혼인을 취소당하고 위자료까지 낼 뻔한 사건이다. 1, 2심에서는 혼인취소가 됐지만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분쟁조정센터, 환경.보건 등도 공익활동 활발

화우공익재단은 소송대리 외의 공익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화우는 '화우공익재단 공익법률상담 및 분쟁조정센터'를 설립했다. 법률상담과 공익소송을 넘어 분쟁조정 기능 역시 수행하는 곳이다. 실제 법적 분쟁 과정에서 소송은 당사자간 상흔을 남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심적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법적 효력이 있는 조정은 양자 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MOU도 체결했다. 무력분쟁지역 및 재난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소속 직원들의 활동을 위한 법률 지원을 한다는 게 화우 관계자의 전언이다.
화우 이경환 변호사는 녹색소비자 연대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환경이나 보건 문제 등 쉽게 소홀할 수 있는 문제에 공익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우공익재단의 이홍훈 이사장은 "인권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출발은 우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며 "화우공익재단은 공동체 구성원인 법조인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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