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트럼프, 시진핑 그리고 한국의 미래

세계 강국 G2의 국가적 위상이 뒤바뀌는 형국이다.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위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론 부상으로 흔들리고 있다. 반면 자유무역의 선도적 수호자를 자처한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체제 강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G2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등 양국 리더의 상반된 행보가 국가 존립뿐만 아니라 글로벌 질서에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트럼프 탄핵론은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러시아 수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외압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는 사실에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코미 전 국장의 증언과 메모가 실체적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점과 사법방해의 필수요소인 '부정' 여부에 대한 공방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탄핵사유에 해당되는지 확정할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공백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아울러 야당과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든든한 우군인 공화당 내 일각에서마저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과 흡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패착은 러시아 수사 관련 외압이 아니라 국정운영 기조에서 이미 잉태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우선주의가 사실상 실업상태에 빠진 백인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포퓰리즘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국 내 여론 분열을 안은 채 새로운 행정부를 끌고 갔다. 글로벌 동맹국과의 관계 역시 미국의 위상 강화뿐만 아니라 정치·외교·경제적 인프라 역할에 절대적이라는 점을 무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우군을 스스로 잃어버린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위상이 쇠퇴하면서 동맹국들도 자중지란에 빠진 형국이다. 미국과 동맹을 통해 군사적·경제적 동맹체를 구성해온 국가들의 외교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TTP 회원국들의 혼란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두 가지 면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시 주석 1인체제 강화와 미국의 자충수에 따른 어부지리를 통해 미국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시 주석은 국내적으로 부패척결을 비롯해 오는 2020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을 추진하면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오는 11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1인 권력을 완성할 태세다. 국외적으로는 '일대일로' 추진과 더불어 자유무역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협력국가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중국의 패권 강화에 대한 견제와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세계질서의 심판자 역할을 해온 미국이 자국 문제로 위축되면서 중국이 승승장구하는 행보를 막을 실력자가 없다. 미국의 패착이 중국의 위상 강화에 공교롭게도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구도로 치닫는 G2 양국의 행보 탓에 우리 새 정부도 이래저래 고민만 쌓여간다. 당장 한·미 정상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되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균형자 역할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G2 국가 중 어느 한쪽의 파워쏠림 현상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외교전략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따라서 트럼프 탄핵론은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국민들이 내치혼란과 탄핵정국을 걱정하듯 우리 국민의 살림살이도 태평양 건너 나비효과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난해 박근혜정부 탄핵정국으로 홍역을 치른 우리 국민들이 올 들어 미국발 탄핵정국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