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당장 채권만기 돌아오는 금호타이어… 산은 어떤 카드 꺼낼까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9 18:08

수정 2017.06.09 20:40

박삼구 회장, 채권단 요구 조건부 허용… 금호타이어 매각작업 다시 안갯속
채권단, 만기 유예하지 않고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신청땐 그룹 경영권 전반에 위협
우선매수청구권 회수 압박은 법적으로 논란거리 많아..朴회장 불편한 기색 드러내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용했지만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움에 따라 양측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표권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산업은행에 공을 넘긴 셈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놓고 박 회장과 채권단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들며 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에 박 회장과 채권단의 대립으로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권단 요구 조건부 허용

금호산업은 9일 채권단의 상표권 사용 요구를 허용하면서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과 해지불가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회장 측의 제안은 채권단과 중국업체 더블스타가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하면서 합의한 내용과 비교하면 요율과 해지권리 면에서 크게 다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0.2%의 사용 요율과 사전통보 후 해지가능 조건을 요구했다. 박 회장 측의 제안대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금호타이어의 매출을 3조원으로 볼 때 더블스타는 매년 150억원씩 20년간 모두 3000억원을 금호산업에 지불해야 한다.

박 회장이 채권단의 압박에도 상표권 사용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매각작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요구대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어서 박 회장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의 숙원사업인 그룹 재건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박 회장이 인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박 회장과 채권단이 상표권 허용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임에 따라 갈등이 다시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이 이어질 경우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면서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치킨게임'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시나리오…법정관리, 우선권 회수, 재입찰

박 회장과 채권단을 비롯한 더블스타가 향후 매각 과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다양한 예측이 제기된다.

우선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금호타이어 채무 만기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부의, 서면 동의 시한을 이날로 요청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당초 채무 만기연장의 이유가 원활한 매각절차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향후 협상 진행상황을 보고 채권은행들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보다 회신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이 채권 만기를 유예하지 않고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 박 회장은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그룹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채권단이 박 회장 측이 가지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회수하고, 박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을 해임, 압박 수위를 높이는 수도 거론된다. 그러나 채권단이 박 회장 측이 가진 우선매수청구권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두고도 이견이 있다.

상표권에 대한 권한 행사가 우선매수권을 회수하는 요건인 거래방해 행위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의 주장이 상반된다. 채권단은 상표권 문제로 매각을 지연시키는 것을 매각방해 행위로 보고 있지만 그룹 측에선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입장이다.

상표권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것인데 이에 대한 문제로 박 회장 개인 자격으로 가지고 있는 권한을 박탈하는 게 법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새문안로 본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채권단의 우선매수청구권 회수방안에 대해 "말이라는 건 아무렇게나 말한다고 해서 말은 아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이치에 안 맞는 일은 안하고 살았다"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중국업체 더블스타가 이번에 체결한 조건으로는 인수를 하지 않고 재입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입찰을 통해 인수가격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각 과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금호타이어의 가치가 급락해서다. 실제 금호타이어 주가는 올 초 9000원 안팎에서 7500원으로 하락했다.
다만 박 회장이 재입찰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거나 매각조건이 변경될 경우 인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gmin@fnnews.com 조지민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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